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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팅산... 시선 이백의 정신적 고향


2026-06-09      

징팅산 풍경구

쉬안청 북쪽에는 징팅산(敬亭山)이라는 작은 산이 있다.


징팅산은 산세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중국의 문화적 기억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시인 이백(李白)이 ‘지기(知己, 자기의 속마음을 참되게 알아주는 친구)’로 꼽았던 산으로 유명하다. 위대한 시인이 어째서 산 하나를 평생의 벗으로 삼았을까. 그 뒤에는 수백 년을 건너온 이야기가 있다.


이백은 평생 일곱 차례 쉬안청을 찾았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징팅산에 올랐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요즘 말로 바꾸면 일종의 ‘팬심’이었다. 그의 문학적 우상이었던 남조 시인 사조(謝朓)를 흠모했기 때문이다.

사조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대자연의 산수를 본격적으로 노래한 선구적인 시인이다. 그는 쉬안청 태수로 재임하던 시절, 공무를 마친 뒤 산수에 심취해 수십 편의 시를 남겼다. 그의 붓끝에서 비롯돼 이 작은 도시는 비로소 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지은 관청 고재(高齋)는 훗날 사조루(謝朓樓)라 불리며 쉬안청 최초의 문화 랜드마크가 됐다.


사조의 ‘열성팬’으로 이백은 자신의 시에서 “평생토록 셰쉬안청을 향해 머리를 숙이노라(一生俯首謝宣城)(여기서 ‘셰쉬안청’은 ‘사조’를 의미)”라며 사조에 대한 존경을 감추지 않았다. 장안(長安)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좌절했을 때도 그는 자연스레 우상의 발자취를 따라 쉬안청으로 향했다. 사조루에 올라 아득한 강과 하늘을 바라보며 “칼을 뽑아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잔을 들어 시름을 달래도 근심은 더욱 깊어질 뿐(抽刀斷水水更流 舉杯消愁愁更愁)”이라고 읊은 이백은 시공간을 넘어 선배 시인과 깊은 공감을 나누었다.


울창하고 고즈넉한 징팅산의 풍경


이백은 쉬안청에서 문학성지 순례를 마친 동시에 그곳에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았다. 당시 관료 사회의 냉혹한 부침에 흔들리며 외로움에 잠겨 있던 그는 자주 홀로 징팅산에 오르곤 했다. “뭇새들은 높이 날아 사라지고 외로운 구름은 한가로이 흘러가네! 마주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징팅산(경정산)뿐이로구나(眾鳥高飛盡 孤雲獨去閑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 스무 자의 시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 징팅산에 홀로 앉아)>은 이백과 징팅산 사이의 깊은 교감을 보여준다. 이백에게 징팅산은 더 이상 단순한 산이 아니라,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주는 ‘지기’였다.


이백은 쉬안청에서 진실한 벗도 얻었다. 평소 이백을 흠모했던 쉬안청 징(涇)현의 현령 왕륜(汪倫)은 그를 초대하고자 재치 있는 서신을 보냈다. “선생께서는 유람을 좋아하십니까? 이곳에는 십 리에 이르는 복사꽃(도화)이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술을 좋아하십니까? 이곳에는 만 개의 주막이 있습니다.” 하지만 쉬안청에는 도화담(桃花潭)이라는 이름의 연못이 있을 뿐 실제 꽃이 만발한 것이 아니고, ‘만(萬)’은 주인의 성씨일 뿐 만 개의 주막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선의의 거짓말’에 이백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별의 순간, 왕륜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연못가에서 노래를 부르며 그를 배웅했다. 깊이 감동한 이백은 “도화담 못의 물이 천 길이나 깊어도 나를 보내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桃花潭水深千尺 不及汪倫送我情)”라는 명구를 남겼고, 이로써 도화담은 이백과 왕륜의 우정을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


징팅산 풍경구 안의 이백 조각상


우상이었던 사조를 향한 흠모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징팅산과 서로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사이가 됐으며, 왕륜과는 도화담가에서 잊지 못할 인연을 맺었다. 쉬안청은 이백의 말년의 중요한 정신적 여정을 함께한 뜻깊은 곳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존하는 이백의 시 가운데 80편 이상이 쉬안청과 관련돼 있다고 전해질 정도로 이곳은 명실상부한 그의 ‘정신적 고향’이었다.


이백 이후에도 백거이(白居易), 두목(杜牧), 한유(韓愈) 등 문단의 거장들이 줄지어 이곳을 찾아 그윽한 경치를 유람하고 시를 읊었다. 그렇게 쉬안청은 ‘예로부터 시인의 땅’이라는 문학적 위상을 굳혀 갔다.


오늘날 징팅산을 거닐면 풀과 나무의 싱그러운 향기가 공기 중에 은은하게 감돈다. 이백을 기리기 위해 세운 당(唐)나라 양식의 누각 ‘태백독좌루(太白獨坐樓)’ 앞에는 한푸(漢服) 차림의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산 중턱에 있는 고소정(古昭亭) 찻집에 들러 20위안(약 4430원)짜리 현지 명차 징팅뤼쉐(敬亭綠雪) 한 잔을 주문한 뒤 처마 아래 앉는다. 시선(詩仙) 이백이 바라보았던 그 산색이 눈앞에 펼쳐진다. 잠시 고요히 앉아 있노라면, 그가 잠겨 들었던, 맑고 적요한 숨결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흐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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