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7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OPC’가 중국 창업 생태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OPC는 ‘One Person Company’의 약자로 중국에서는 흔히 ‘1인 기업’이라 부른다. 개인이 AI의 협업 지원을 받아, 제품 기획과 개발부터 시장 출시에 이르는 사업 전 과정을 ‘일당백’으로 수행하는 이른바 1인 창업 모델을 의미한다. 다만 OPC 모델이 진화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1인’의 의미도 함께 넓어졌다. OPC는 AI를 통해 역량을 극대화한 ‘슈퍼 개인’ 또는 개인을 중심으로 꾸려진 소규모 창업팀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AI 생성
AI가 재편하는 ‘1인 창업’의 가능성
OPC가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에는 AI 기술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대규모 AI 모델과 AI 에이전트는 자율 실행, 프로세스 오케스트레이션(업무 흐름 자동화), 멀티 에이전트 협업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이 AI 기반의 ‘디지털 직원’과 협업하는 새로운 창업 방식이 현실화하고 있다.
“AI만 있으면 누구나 제품 매니저가 될 수 있다.” 바이두(百度) 먀오다(秒哒, Miaoda)의 주광샹(朱廣翔) 프로덕트 매니저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먀오다는 바이두의 거대언어모델(LLM)인 ‘어니봇(ERNIE Bot)’을 기반으로 선보인 AI 기반 무코드(No-code) 애플리케이션 생성 플랫폼이다. ‘말 한마디로 앱을 만드는 것(자연어 대화 방식)’이 핵심 기능이다. 주 매니저는 “AI와 대화만 하면 웹사이트, 소프트웨어, 미니 프로그램, 모바일 앱 등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먀오다는 2024년 11월 처음 공개된 뒤 현재까지 3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그중에는 OPC 창업자와 스타트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주 매니저가 이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게 된 것은, 지극히 소소해 보이는 개인적인 일 하나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JPG 이미지를 SVC 벡터 그래픽으로 변환해야 했고, 처음에는 직접 코딩해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막상 컴퓨터를 켜보니 개발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았고, 파이선(Python)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개발 환경을 다시 설정하려면 필요한 패키지를 찾고 코드를 작성해 실행한 뒤, 배포와 공유 방법까지 고민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결국 먀오다를 사용해 보기로 한 그는 약 5분 만에 원하는 벡터 그래픽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과거 전문 개발자의 몫이었던 많은 작업이 AI에 의해 새롭게 정의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는 “내가 코드를 읽는 속도보다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라며 “그 순간 코드를 직접 짜는 일이 머지않아 ‘구시대적 방식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먀오다뿐 아니라 여러 앱 개발용 생성형 AI 도구가 ‘아이디어’에서 ‘제품’으로 이어지는 구현 과정을 혁신적으로 단축하고 있다고 봤다.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자연어로 설명하기만 하면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고, 나아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그는 “누구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갖고 있고 이를 제품으로 구현하고 싶어 한다. 예전에는 사실상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AI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주 매니저는 먀오다 내부에 ‘히어로 랭킹’이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매일 먀오다를 통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다. 처음에는 광둥(廣東)의 한 OPC 창업자가 10만 위안(약 2170만 원)이 넘는 수입으로 몇 주 동안 1위를 독점했고, 이후에는 상하이(上海)와 청두(成都)의 소규모 창업팀들이 50만 위안의 수입을 이뤘다. 현재는 1000만 위안을 번 사람까지 나왔다.”
AIGC(AI Generated Content, AI 생성 콘텐츠) 디지털 아티스트 쉬뤄무(徐若木)의 사례 역시 창업자의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는 바이두에서 5년간 근무하며 디자인과 마케팅 경험을 쌓았고, 2023년 초부터 AIGC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AI가 일러스트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창작의 효율성과 품질을 얼마나 높여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그는 “독학을 시작한 첫 달부터 AI를 활용한 창작물로 상업 프로젝트를 수주해 6000위안의 수입을 올렸다”라고 말했다. 이후 꾸준히 역량을 키우면서 작품 단가는 수백 위안에서 수만 위안으로 뛰었고, 거래처도 여러 유명 기업으로 확대됐다.
쉬 씨에게 AI는 무엇보다 창작 효율을 높이고 표현의 폭을 넓혀준 존재였다. 그는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직접 확인한 뒤 분야를 넘나들며 AIGC 아트 전시회 참여, 게스트 및 심사 위원 활동, 저술 작업 등 영역을 확장하며 ‘상업 일러스트레이터’에서 ‘AIGC 디지털 아티스트’로 커리어 전환에 성공했다.
더 중요한 점은, 그가 AI를 통해 개인의 시간과 전통적인 노동력에만 의존하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도구를 통합해 보다 지속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쉬 씨는 “이 모델은 창업자 혼자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 AI 도구와 사회화 분업으로 기존의 정규직 팀을 대체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 6월 4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최초의 OPC 커뮤니티인 윈구(雲谷) OPC 커뮤니티의 공유오피스에서 한 창업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CNSPHOTO
정책·기술·생태계 삼박자가 이끄는 OPC 창업
“지금은 OPC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위안치촹샹(元啟創想) OPC 커뮤니티의 공동 창립자 차오춘훙(曹春紅)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의 시각에서 OPC는 더 이상 개념적 용어가 아니라 정책과 기술, 창업 생태계가 함께 뒷받침하는 새로운 창업 트렌드이자 명확한 시장 기회와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영역이다.
AI 도구가 OPC의 기술적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면,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은 이러한 사업 모델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외부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7개 부처는 공동으로 <플랫폼 경제 대·중·소기업 협력 발전 촉진 액션플랜(2026~2028년)>을 발표하고 ‘AI 기반 1인 기업의 육성을 가속한다’라는 방침을 명시했다. 해당 액션플랜은 플랫폼 기업들이 범용 LLM, 산업별 대규모 모델, AI 에이전트 등 AI 분야의 혁신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공통적인 수요에 맞춰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고도화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베이징(北京)시 차오양(朝陽)구는 기존 ‘베이징시 디지털 휴먼기지’를 OPC 혁신 커뮤니티인 ‘오-허브(O-Hub)’로 확대·개편하는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1차로 OPC 커뮤니티 11곳을 동시에 출범시켰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도 컴퓨팅 파워 보조금과 공공 공유오피스 무료 제공 등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며, 광둥성은 3년 안에 100개의 AI OPC 생태계 커뮤니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오 씨는 이러한 정책의 의미가 자금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1인 기업에 가장 부족한 기초 인프라를 보완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했다. 성숙한 창업 커뮤니티는 공유오피스, 자원 연계, 법무·재무·세무 지원, 지식재산권 관리, 정책사업 신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OPC에 핵심적인 후방 지원과 성장 토양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그가 직접 접한 사례들도 이러한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입증한다. 약 10년간 기술 총괄(CTO)로 일한 한 창업자는 위안치촹샹 OPC 커뮤니티에서 창업한 뒤, 대규모 AI 모델과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산업용 재봉 분야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개발했고, 불과 3개월여 만에 다수 기업과 계약을 통해 기술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해외 유학을 다녀온 한 ‘00허우(後, 2000년대 출생자)’ 창업자는 문화 콘텐츠 회사를 세운 뒤, AIGC 기술을 활용해 쑤저우(蘇州) 지역 기업에 문화·브랜드·제품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오 씨는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3년 무상 임대 오피스가 창업자의 초기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국가 정책부터 지방 정부까지 OPC를 적극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차오 씨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구조적인 고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즉, 개인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돕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의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개인과 소규모 창업팀이 더 많은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셋째는 디지털 노마드,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으로 일하는 경제 형태), AI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새로운 성장 분야로 떠오르는 만큼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변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이다. 차오 씨는 “중국에서의 OPC 부상은 개인의 창업 형태 변화를 넘어 지방 정부가 AI 산업을 육성하고 청년 인재를 유지하며, 도시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전략적 지향점이 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창업 열풍 속 OPC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
OPC 창업 열풍이 계속되면서 AI 기술과 정책 지원, 커뮤니티 생태계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 이면에 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현실적 과제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차오 씨는 수많은 OPC 창업자를 만나왔다. 그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적지 않은 이들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서 극심한 불안을 겪으며 창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제품은 있지만 고객이 없다’라는 점이다. AI는 제품 개발 속도를 높여줄 수는 있지만 고객 확보와 사업성 판단, 수익화까지 알아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여기에 한 사람이 제품 개발은 물론 운영, 법무 등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한다. 그는 “AI가 기술적 진입장벽은 낮췄지만, 창업자가 안고 있는 부족한 부분을 직접 메워줄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OPC의 어려움이 애초에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AI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고 해서 시장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며,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AI가 낮춰주는 것은 제품 개발과 아이디어 구현의 진입장벽이지 사업화의 문턱이 아니다. OPC가 프리랜서 수준을 넘어 기업형 운영 단계로 발전할수록 창업자는 데이터 보안과 컴퓨팅 파워 비용, 안정적인 납품, 고객 신뢰 확보 등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앞으로 OPC 창업자들에게 또 다른 과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혈성 유사 경쟁을 피하는 것이다. 주 매니저는 “일반 창업자의 기회가 범용 AI보다는 특정 산업군에 특화된 적용 사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쉬 씨 역시 “진정한 기회를 잡는 사람은 단순히 AI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 산업을 깊이 이해하고 AI를 활용해 해당 산업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화 서비스형 창업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OPC는 단순히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감당하며 홀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개인이 AI와 정책, 창업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을 발판으로 삼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창업 모델에 가깝다. 앞으로 AI 기술과 정책 지원, 산업 생태계가 더욱 성숙해질수록 OPC는 중국의 창업 생태계를 더욱 지능화·경량화·개인화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