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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단정 짓는 순간, 편견이 생긴다” 이혜미 한국일보 베이징 특파원 인터뷰


2026-07-23      

 

세계에서 중국의 발전 변화에 가장 민감한 나라를 꼽으라면 가까운 이웃인 한국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언론의 영향이 매우 컸다. 한국 매체는 중국의 새로운 동향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해 대중에게 전달했다.


올해 한국일보는 특별한 선택을 했다. 언론사들이 1분 1초를 다투며 속보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한국일보는 역설적으로 속도 대신 깊이를 선택하기로 했다. 단편적인 뉴스를 빠르게 쏟아내기보다, 중 과학기술 성장의 원인과 본질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심층 탐색에 무게를 둔 것. 지난 4월 한국일보는 2026 <차이나 리포트> 탐사 보도를 위한 특별 취재팀을 꾸려 웨강아오 대만구(粵港澳大灣區,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에 한 달 동안 파견했다. 현지 과학기술 생태계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중국 과학기술 굴기의 현장을 전방위적으로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왜 그토록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중국을 기록하려고 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본지는 최근 이혜미 한국일보 베이징 특파원과 마주 앉아 깊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 혁신의 현장 속으로

지난 6월 8일부터 한 달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탐사보도 <2026 차이나 리포트-중국 과학 굴기 해부>가 한국일보 지면과 자사 웹사이트 통해 동시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혜미 특파원은 취재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보도는 단순히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발전했다거나 특정 첨단 제품이 상용화됐다는 식의 단편적인 보도에서 벗어나, 중국 내 대학과 연구 기관, 국가 전략, 창업자와 연구자들이 각자의 역할과 위치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첨단기술 굴기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지 중국이라는 국가 전체의 작동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조명하고 싶었다.


이번 탐사 보도에서 이 기자는 베이징 특파원으로서 특별한 역할을 했다. 2025년 3월 베이징에 부임한 뒤, 그는 1년 넘게 중국 현장 곳곳을 누비며 방대한 취재 자원과 네트워크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탐사 보도 취재와 기사 작성 외에 인터뷰 대상 섭외와 일정 조율까지 도맡았다. 물론 베이징에서 일상적인 취재 업무도 병행하면서 베이징과 선전(深圳)을 수시로 오갔다.


서울 본사에서 파견된 특별 취재팀은 한 달 동안 선전과 광저우(廣州), 홍콩에 머물며 취재했다. 이 기간 그들은 다장(大疆·DJI), 비야디(比亞迪·BYD), 이항스마트(億航智能) 등 첨단 과학기술 기업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남(南方)과학기술대학과 홍콩중문대학 등 주요 대학 및 연구 기관도 심층 취재했다. 심지어 딥시크(DeepSeek)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의 고향인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시까지 찾아가 중국 과학기술 혁신의 뿌리를 여러모로 추적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언론에서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 혹은 여러 첨단 기업의 발전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직접 와서 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 있다.” 이 특파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취재에서 주로 선전을 방문했다. 선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선전효율성이었다. “도시 전체가 오직 ‘혁신’을 위해 설계된 것 같았다. 공급망이나 창업 생태계, 대학, 연구소 등이 모두 혁신을 위해 존재하고, 거의 모든 기관이 차로 1시간 거리 내에 밀집해 있어 소통의 효율이 매우 높았다.”


그가 더욱 신기하게 느낀 것 선전 테크 업계 특유의 인적 네트워크였다. “우연히 알게 된 과학기술 기업 종사자가 다른 과학기술 기업의 많은 사람과도 잘 알고 있었다. 현지 친구가 말하길, 선전 테크 업계 사람들은 서로 긴밀히 알고 지내며 교류도 활발하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개방적이고 서로 연결된 인적 생태계야말로 선전이 초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이라고 짚었다.


인재가 최고의 자원

<‘인재에 미친 나라’ 중국이 한국인 교수에게 건넨 것들… 억대 연봉·공항 프리패스·영주권>, <인재들이 ‘제 발로’ 모인다… 잘나가는 美 창업자들도 앞다퉈 ‘선전행’>, <신입은 일 안 준다? ‘이곳’선 예외… ‘천재 엔지니어’ 키우는 비결>, <한국 영재 ‘중국 공대’ 갈 때, 중국인은 ‘한국 도피 유학’ 온다>


제목만 봐도 한국일보의 이번 탐사 보도가 ‘인재’라는 주제에 얼마나 많은 지면을 할애했는지 알 수 있다.


“과학기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은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에 달려 있다.”  특파원은 “한국을 예로 들면, 과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그 고속 성장 배경에 사람의 헌신과 역량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 내부에서 ‘우리가 인재를 유치하고, 붙잡아두고, 대우하는 데 있어 예전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특별 취재팀은 탐사 보도에서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중국의 파격적인 인재 정책에 이끌려 건너간 한국인 교수, 중국 대학의 뛰어난 연구 환경에 매료된 청년 학생들, 그리고 수많은 중국 현지의 젊은 과학기술 인재들을 두루 인터뷰했다. 이러한 개개인의 서사를 통해, 특별 취재팀은 현재 소리 없이 진행 중인 거대한 인재 이동의 흐름을 기사에 입체적으로 녹여냈다.


중국에 대한 기획 시리즈가 보도되자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댓글난에는 진심 어린 반응이 쏟아졌고, 적잖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더욱 뜻밖이었던 건, 한국일보를 오랫동안 구독해 온 한 애독자의 반응이었다. 그 익명의 독자는 한국의 과학 인재가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라고 밝히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육 연구재단에 매년 1억 원(약 45만 위안)을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글로벌 선도 기술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 5월 연구 단체를 설립한 바 있다.


이 일화는 이 특파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기자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내가 참여한 보도가 변화를 끌어냈을 때다.” 그는 “우리의 보도가 단순히 문제의식을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을 끌어내고, 그것이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보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한국일보의 이 탐사 보도는 중국의 기술 그 자체뿐만 아니라, 더 깊은 차원의 질문을 던다. 바로 ‘한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기사가 연재되는 동안 한국일보는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를 단독 인터뷰했다. 다이빙 대사는 인터뷰에서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 중미 관계, 중한 관계, 중한 과학기술 협력 등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인터뷰 끄트머리에 한국일보는 다소 예민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 사회에는 중국의 발전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반감도 일부 존재한다. 이런 모순된 대중(對中) 인식이 중국 과학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 나아가 두 나라 교류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다이빙 대사는 “인식은 행동을 앞서는 법이다. 객관적인 인식을 확립해야만 올바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특히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양국 언론이 양국 국민의 신뢰 증진 및 협력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질문을 이 특파원에게 다시 던졌다.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중국을 보여주고 싶은가?


 특파원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중국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중국을 단정 짓는 순간, 편견이 생긴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 특파원은 “대학에서 중문과를 전공하며 중국 문화와 문학을 주로 공부했으며, 지금은 중국에서 살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생각은 매일 바뀐다”라며, 여기서 보는 중국과 저기서 보는 중국, 일하면서 만나는 중국과 여행 중에 만나는 중국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중국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전달할 것인가 현재 내게 남겨진 가장 큰 숙제”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중국의 성취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동시에 중국이 현재 직면한 문제와 평범한 이들의 일상 속 순간까지 간과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나는 매일 모드를 바꿔가면서 이런 중국도 보고 저런 중국도 보고 있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기록하려고 노력 중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혜미 특파원은 내일 또 취재차 선전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번째 방문이다.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중국에 대해 결코 서둘러 결론 내리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도 모다.


글|왕윈웨(王云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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