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0
중국 동부 연해 저장(浙江) 중부에 있는 이우(義烏). 이곳은 풍부한 천연자원도 없고 하늘이 내린 지리적 요충지도 아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만에 농업 중심의 가난한 작은 현(縣)에서 세계 최대의 소상품 집산지로 성장했다.

110개의 표준 컨테이너에 화물을 가득 실은 이신우(義新歐, 이우-유럽) 화물열차가 이우 서역에서 기적을 울리며 출발해, 1만 3000km 이상 떨어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로 향하고 있다. 사진/CNSPHOTO
계모환탕에 담긴 도전과 개척의 역사
이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계모환탕(鷄毛換糖, 홍탕을 닭털로 교환하는 거래 방식)’이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 이우의 농민들은 농한기가 되면 손에 흔들이 북(작은 소고)을 들고 어깨에 짐이 달린 멜대를 지고서, 외지의 성(省)과 현으로 나가 집마다 찾아다녔다. 이들은 손수 만든 홍탕(紅糖, 이우는 예부터 사탕수수 산지로 유명해 이를 달여 홍탕, 즉 흑설탕을 생산함)을 민가의 닭털이나 폐품으로 맞바꿨다. 이렇게 수거한 물품은 세밀하게 분류했다. 상태가 좋은 닭털은 먼지떨이로 가공해 판매하고 나머지는 비료로 만들어 지역 농가에 팔았다. 각종 폐품 역시 선별 과정을 거쳐 되팔아 소액의 차익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물물교환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우 사람들의 근면 성실함과 도전 정신이 담겨 있었고, 이는 이 도시 상업 발전의 출발점이 됐다.
허하이메이(何海美, 73) 여사는 이우 1세대 소상품 상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개혁개방 초기, 개인의 상업 활동이 전면 허용되지 않던 시절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작은 바구니를 낀 채 시장 구석에 조심스레 숨어 생필품을 파는 것뿐이었다. 1980년, 당시 이우현 공상국(工商局)이 7000여 건의 ‘소형 잡화 및 홍탕 교환을 통한 닭털·폐품 수거 임시 허가증’을 발급해 거리를 전전하던 보따리상에게 합법적인 상인 지위를 부여했다. 허가증을 손에 쥔 날, 허 여사는 처음으로 당당하게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는 오가는 인파를 바라보며 앞으로 떳떳하게 장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초기 이우 시장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부대시설이 없었고 빽빽이 들어선 가판대와 각종 소상품이 전부였다. 상인들은 저마다 작은 좌판 하나를 지키며 박리다매와 신의성실을 원칙으로 차근차근 단골을 확보해 나갔다. 1982년, 이우 후칭먼(湖清門) 소상품 시장이 정식 개장하면서 중국 최초의 정부 승인 소상품 전문 시장이 탄생했다. 이로써 이우는 대규모 상업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지금과 같은 선진 물류 시스템이 없어 상인이 직접 물건을 짊어지고 날랐고, 통신 수단도 불편해 샘플을 들고 인근 현을 발로 뛰어다녀야 했다. 이런 노력과 집념이 응축된 결과, 이우의 소상품은 가격 경쟁력과 다양성을 앞세워 저장을 넘어 중국 전역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다.
노천 시장의 가판대에서 철제 임시 건물 시장을 거쳐 오늘날 빼곡히 들어선 국제상무성(國際商貿城)에 이르기까지, 허 여사는 이우 시장이 무에서 유로, 작은 물줄기에서 거대한 경제의 물결로 변모하는 전 과정을 지켜봤다. 그 역시 생계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소상인에서 무역회사를 이끄는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늘 “내 인생은 이우 시장과 함께 성장했다. 시장은 변했고 나도 변했지만, 불굴의 의지만큼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우 국제상무성은 전 세계 바이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매장 곳곳에서 매일 제품을 고르고 가격을 흥정하는 활기찬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사진/VCG
만상운집, 세계 소상품 도시 구축
21세기 들어 이우의 상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우 국제상무성이 들어서면서 세계 최대 소상품 도매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영업 면적만 640만 ㎡가 넘는 이우 국제상무성은 ‘도저히 다 둘러볼 수 없는’ 거대 상권이다. 이곳에 있는 7만 5000개 이상의 점포에서 210만 종이 넘는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한 매장에 3분씩 머물고 하루 8시간씩 둘러본다고 가정한다 해도 전체를 다 보는 데 약 1년 3개월이 걸린다. 이곳에서는 가구와 가전제품 같은 대형 상품부터 바늘·실·단추 같은 소형 상품까지 모든 품목의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다. 매일 세계 각지에서 온 바이어가 이곳에서 상품을 찾고 주문하며 출하를 진행해 다양한 소상품이 전 세계 곳곳으로 끊임없이 수출되고 있다.
국제상무성 1구역의 한 완구 판매장에서 90허우(後, 1990년대 출생자)인 린샤오(林曉)가 샘플을 정리하며 해외 고객을 응대하느라 분주하다. 경험이 전무했던 창업 초보인 그가 연 매출 약 4000만 위안(약 90억 2000만 원)에 달하는 완구 상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우의 완벽한 공급망과 광범위한 글로벌 시장에 있었다. 린 사장은 “과거에는 대외 무역이 대기업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우에서는 작은 점포 하나와 휴대전화 한 대만으로도 10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우의 상업 생태계는 이미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바로 옆에 포장 공장과 물류 거점이 있어 고객이 주문하면 당일 샘플 제작부터 포장, 출하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이렇게 효율적인 공급망을 기반으로 소상인도 글로벌 무역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그는 유럽에서 대규모 주문을 받았다. 별도의 연락을 취하기도 전에 주변 협력 업체들이 먼저 찾아와 포장과 물류 업무를 상담했다. 이 같은 ‘집단 협력형 성장’ 모델은 이우 상업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이우-신장(新疆) 웨이우얼(維吾爾) 자치구-유럽(이하 이우-유럽)·중국-유럽 화물열차 운행은 이우 상업이 도약의 날개를 단 계기가 됐다. 2014년 11월 18일, 82개의 표준 컨테이너를 실은 첫 열차가 이우 서역을 출발해 21일 간의 여정 끝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며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 무역의 대통로를 뚫었다. 펑쉬빈(馮旭斌)은 이우-유럽 화물열차 프로젝트의 핵심 주역 중 한 명이다. 초기 열차 운행 단계에서 많은 기업이 운송 리스크와 통관 문제를 우려하자 그는 운송 및 통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실을 책임지겠다는 담보서를 작성하며 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재 상시 운행 중인 이 노선은 유라시아 대륙 50여 개 국가 및 지역으로 확장돼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황금 노선이 됐다. 황웨이(黃偉) 열차 기관사는 첫 열차가 출발할 때의 장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적 소리가 울려 퍼지던 순간, 그는 이우의 소상품이 철도를 통해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 중국 소상품의 저력을 보여주게 됐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무역 외에도 디지털 전환은 이우 상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밤이 되면 이우 글로벌 디지털 무역센터는 환하게 불이 켜지고 상점들은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로 변신한다. 상인이 직접 진행자가 돼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다. 파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 아미르는 매일 라이브 방송에서 중국어와 영어로 이우 소상품을 소개하며 한 번의 방송으로 수십만 위안 상당의 주문을 성사하기도 한다. 그는 “지금의 이우는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샘플을 보고 온라인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와 라이브 커머스가 무역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우에서 8년 동안 일한 아미르는 시장이 오프라인 매장 중심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변화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고 밝혔다.
2025년 기준, 이우의 소상품 수출은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및 지역을 아우르며, 연간 수출입 총액은 약 1조 위안에 달한다. 저장성 중부의 작은 도시인 이우는 이제 글로벌 공급망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고, 작은 상품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 무역의 교량을 놓고 있다.

중국 이우 국제소상품박람회는 중국 국내외 비즈니스 교류와 발전 기회를 공유하는 중요한 창구로 자리 잡았다. 사진/CNSPHOTO
브랜드 해외 진출, 함께 만드는 미래
세계 최대 소상품 집산지로 자리 잡은 이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객을 불러들이는 방식’에서 ‘해외로 나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선을 옮겨 글로벌 공동 창업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기 시작했다. 팡화(方華) 이우 중국 소상품성 해외투자발전유한공사 부총경리는 “사람들은 ‘이우가 지구인을 상대로 장사한다’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우리는 이우 중국 소상품성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지구인과 함께 창업하는’ 모델을 실현했다”라고 설명했다.
2022년 6월 이우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 알리 자유무역지구(JAFZA)에 약 20만 ㎡ 규모, 총투자액 약 10억 6000만 위안 규모의 두바이 이우 중국 소상품성이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는 이우가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해외 권역 시장으로 이우와 현지 파트너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해당 시장은 중동 최대 항구 중 하나인 제벨 알리항과 인접해 물류와 하역이 매우 편리하여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바이어를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현지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아랍에미리트의 한 관료는 방문객에게 “두바이에 오면 그곳을 꼭 방문해 보길 권한다. 그곳의 활기와 중국 상품의 다양성을 직접 느낄 수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시장 구축 외에도 이우는 ‘이우 셀렉션(Yiwu Selection, 義烏好貨) 브랜드 해외 진출 편집숍’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모델은 진열대 구성, 인테리어에서 상품 진열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표준화해 제공하는 ‘통합 수출 및 일괄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해외 파트너가 현지 운영을 담당한다. 매장 내 모든 상품 옆에는 해당 상인의 명함과 다국어 상품 소개 브로슈어가 함께 비치돼 현지 바이어가 현장에서 직접 샘플을 확인한 뒤 QR코드로 스캔해 즉시 판매자에게 연락할 수 있다. 2025년 8월 29일 이우 셀렉션 해외 1호 매장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수변 몰에 총면적 1000㎡ 규모로 개점했다. 개점 당일 소매 매출이 120만 위안을 돌파했으며, 현지 100여 개 대형 유통 체인이 방문해 도매 대리점 사업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해당 매장은 현지 구매자의 조달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지역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며 케냐 투자청의 공식 인정을 받았다. 현재 이우 셀렉션 편집숍은 10여 개 국가와 계약을 맺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전역에 진출했다.
올해 3월 기준, 이우는 전 세계 37개 국가 및 지역에서 해외 권역 시장, 해외 창고, 해외 전시회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포함한 총 83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해외에서 100만 종 이상의 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이우의 무역 네트워크는 전 세계 약 20억 명에 달하는 인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생계를 위해 홍탕을 닭털로 바꾸던 계모환탕 시절에서 전 세계 상인들이 모여드는 ‘만상운집(万商云集)’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전파하는 ‘브랜드 해외 진출’의 단계에 올라섰다. 이우는 단 수십 년 만에 지역의 소규모 시장에서 전 세계 무역을 잇는 중추적 무역 허브로 성장했다. 세대를 이어 이우 상인들의 손에서 울려 퍼지던 흔들이 북 소리는 이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중국-유럽 화물열차,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시장 그리고 24시간 멈추지 않는 디지털 라이브 커머스로 변신했다. 이들은 작은 상품 하나를 매개체로 삼아 세계와 연결하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형 무역 판도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