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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 꽃피운 안정적인 삶터


2026-06-10      

이우(義烏)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우 국제상무성(國際商貿城)에서는 다양한 언어로 흥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한 거리에는 터키식 케밥과 이탈리아 피자, 프랑스식 베이커리의 향이 가득하다. 지밍산(鷄鳴山) 커뮤니티 광장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주민이 현지 아줌마들과 함께 광장무를 춘다. 상주인구 100만 명이 넘는 이 도시에 16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온 외국 상인 2만여 명이 살고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장사하고 생활하며 터전을 잡아 이우를 자신의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뿌리내리고 있다.


지밍산 커뮤니티 중국어 교실에서 외국인 상인이 한자를 배우고 있다. 사진/CNSPHOTO


타국도 고향

이우에서 생활한 지 10년째인 베트남 출신 응우옌 홍 누는 중국어가 유창하다. 그는 이우 시장에서 유명한 무역회사 사장이자 중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며느리이기도 하다.


이우에 온 초창기에 응우옌 홍 누는 바이어에게 통역을 해주면서 시장의 생리를 조금씩 익혔다. “내게 통역을 의뢰하는 사람이 점점 늘었다. 이는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무역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이우의 풍부한 상품 공급원과 효율적인 물류 체계, 성숙한 비즈니스 환경을 기반으로 응우옌 홍 누의 사업은 단계적으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향수에서 시작해 장난감, 액세서리 부품, 생활잡화 등 다양한 품목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그의 무역회사는 매달 컨테이너 10개 분량의 화물을 베트남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호주, 체코 등지로도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고 응우옌 홍 누의 생활도 안정되고 행복해졌다. 그는 이우에서 중국인 남편 옌팅웨(晏廷躍)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두 명의 자녀를 두었다. 응우옌 홍 누는 “이우에서는 사업에 미래가 있고 삶에는 온기가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곳을 진정한 집으로 생각했다”라면서 웃으며 말했다.


요르단 출신 모하나드의 이야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시 주석은 중국–아랍 협력 포럼(CASCF) 제6차 장관급회의 개막식에서 그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아랍 상인이 모여드는 이우시에 모하나드라는 요르단 상인이 정통 아랍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정통 아랍 음식 문화를 이우에 가져왔고, 이우의 번영 속에서 사업의 성공을 거뒀으며 중국에 뿌리를 내렸다.”


2002년, 당시 24세였던 모하나드가 이우를 찾았다. 당시 이우는 국제상무성의 급속한 발전과 맞물려 아랍권 상인들이 상품 구매를 위해 대거 몰려들었지만, 정통 아랍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모하나드는 삼촌과 함께 이우 최초의 외국인이 운영하는 아랍 레스토랑 ‘마에다(MAEEDA)’를 열어 시장의 공백을 메웠다. 이우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이 도시가 지닌 포용성과 온기를 체감하게 됐고 이곳이야말로 마음과 삶을 기댈 수 있는 진정한 보금자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레스토랑 이름을 아랍어로 ‘내 집’을 뜻하는 ‘베이티(BEYTI)’로 변경했다. “나에게 이우는 곧 집이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티 레스토랑은 약 2000㎡ 규모의 영업 공간에 400여 종의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아랍권 상인의 주요 모임 장소일 뿐 아니라 중국과 아랍 문화 교류의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모하나드는 또한 레스토랑 내부에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주제로 한 홍보 벽면을 설치해 더 많은 상인이 상생의 이야기를 이해하길 바랐다. 그는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이 집의 따뜻함을 느끼고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자신만의 기회를 발견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모하나드 부부가 중국-아랍 협력 포럼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IC


다양한 문화의 융합과 공생

다양한 사람이 유입되면서 다양한 문화도 함께 들어왔다. 이우는 열린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한데 녹여냈다. 서로 다른 문명이 이곳에서 만나 교류하고 서로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각자의 빛을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 더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가 됐다.


춘절(春節, 중국 음력설)은 이우가 가장 활기 넘치는 시기이자 중국과 해외 문화가 가장 활발하게 융합되는 순간이다. 이우에 남아 설을 보내는 외국 상인들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 춘련(春聯, 새해를 맞아 대구로 된 문구를 적어 붙이는 종이 장식)을 쓰고 복(福) 자를 붙이며 만두를 빚고 전통 공연을 관람하면서 중국의 설 분위기를 만끽한다. 예멘 출신의 아마르는 이우에서 29년 동안 살았고 현재 이우시 곡예가협회(曲藝家協會) 회원이다. 그는 매년 춘절 무대에 올라 관커우(貫口, 중국 전통 만담에서 긴 대사를 빠르고 리듬감 있게 쏟아내는 말솜씨) 공연을 선보였고 유창한 중국어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그의 세 자녀는 이우에서 태어나 성장해 훠궈를 즐겨 먹고 쌀국수를 좋아하며 유창한 이우 사투리를 구사한다. “이우는 포용적인 도시다. 이곳에서는 자기의 문화를 지키면서 동시에 중국 문화를 깊이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융합의 경험은 매우 아름답다.”


이우시 빈왕(賓王) 상무구에 위치한 이국 풍경 거리는 문화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곳에는 튀르키예식 케밥, 이탈리아 피자, 한국과 일본 요리 등 이국적인 음식점 수십 개가 모여 있다. 간판에는 중영 이중 언어가 병기돼 있고 점원은 다양한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해 질 무렵, 거리는 인파로 붐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사와 담소를 나누고, 고향의 맛을 즐기며 이우의 소박한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음식 외에 중국과 외국 문화 교류 활동 또한 이우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플리마켓에서는 외국 상인이 자국의 전통 수공예품과 의상을 선보이고, 중외 문화예술 공연에서는 고아하게 휘날리는 무극(婺劇)의 길고 하얀 소맷자락이 채 내려오기도 전에 스페인 플라멩코의 강렬한 리듬이 울려 퍼진다. 무형문화유산 체험 활동에서는 전승자와 함께 홍탕(紅糖, 흑설탕) 제조법과 백자 등 기예를 배우며 중국 전통문화의 매력을 체험한다. 이우는 또한 국제문화교류센터를 별도로 마련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전시하고 교류하도록 했다. 서로 다른 문명이 대화를 통해 이해를 증진하고 융합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지밍산 커뮤니티에서 외국인 주민들이 중국 무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VCG


국경 없는 안심 생활권

한 도시의 포용력은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만 그치지 않고 세심한 민생 서비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우는 외국인 주민의 실질적인 수요에 맞춰 생활 속 불편을 지속적으로 해소하고 있는데, 지밍산(雞鳴山) 커뮤니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밍산 커뮤니티에는 70여 개 국가 및 지역에서 온 외국인 주민 1000여 명이 거주해 ‘유엔(UN) 커뮤니티’라고도 한다. 다양한 생활 방식과 문화가 이곳에서 서로를 포용하고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언어는 외국인 주민이 현지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하기 위한 첫 번째 장벽이다. 지밍산 커뮤니티는 2014년부터 ‘집 앞 공자(孔子)학원’을 표방한 무료 중국어 강좌를 운영해 지금까지 외국인 주민 12만 명(연인원) 이상이 수강했다. 예멘 출신 상인 우아오산은 2020년 초 이우에 처음 왔을 때 중국어를 거의 못했다. 그는 커뮤니티의 중국어 수업에 등록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기본 표현부터 배우기 시작해 “얼마입니까”, “이 사이즈가 맞습니까” 등 실무에 필요한 표현을 차근차근 익혔다. 언어가 통하자 사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우아오산은 “이제는 고객들과 물건 공급 채널이나 시장 상황을 중국어로 말할 수 있다”라며 “단골손님도 점점 늘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다 보니, 그 속에서 발생하는 마찰은 불가피하다. 지밍산 커뮤니티는 외국인 주민에게 장쑤(江蘇)와 저장(浙江) 일대에서 중재자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인 ‘라오냥주(老娘舅)’ 역할을 맡겨 이를 해결하고 있다. 네팔 출신 라지는 ‘국제 라오냥주’의 베테랑 멤버다. 그는 문화 관습 차이로 발생한 이웃 간 갈등을 중재한 경험이 있다. 한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주민이 밤에 자주 모임을 했다. 이는 현지 주민의 생활 리듬과 달라 오해와 갈등이 생겼다. 상황을 파악한 라지는 직접 찾아가 중국어와 영어로 양측과 소통하며 서로의 생활 습관과 문화 차이를 차분히 설명했다. 결국 양측은 서로를 배려하며 화목하게 지내기로 합의했다. 라지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외국인 주민이 직접 중재하면 심리적 거리가 더 빨리 좁혀지고 경계심도 줄어 솔직한 대화가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지밍산 커뮤니티는 이우시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우시는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현지 정부는 국제상사법률서비스센터와 외국인서비스센터를 설립해 외국인 상인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회사 설립, 분쟁 조정, 의료·교육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트와 병원, 은행 등에는 이중 언어 표지판과 외국어 응대 인력을 배치하고 학교에는 국제반을 개설해 외국인 자녀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24년 5월, 저장 최초의 외국인 서비스 플랫폼 ‘이징(義境) 앱(APP)’이 오픈했다. 이징 앱은 의식주와 교통, 비즈니스 전 생활권에 걸친 126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바이어들이 ‘중국홍(中國紅)’ 의상을 차려입고 지밍산 커뮤니티 주민들과 함께 중국의 전통명절을 보내고 있다. 사진/CNSPHOTO


국경을 초월한 온기와 공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우에는 문화 교류뿐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선의와 온정도 있다.


이우 상인 선메이(沈梅)는 이란 바이어와 오랫동안 거래했다. 그 바이어는 한때 전쟁의 여파로 대금을 체납했지만, 선메이는 독촉 대신 이해와 포용의 마음을 선택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사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쟁 상황에서는 돈보다 무사한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선메이의 배려에 감동한 이란 바이어는 정세가 안정되면 제일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협력을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경을 초월한 이해와 공감 역시 이우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이우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 도시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 알리 하산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이우에 처음 온 외국인이 현지 환경에 적응하고 각종 행정 절차 처리를 돕고 있다. 그는 생활과 사업 중에 생기는 궁금증도 상담해 주고 있다. 알리 하산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차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아이니는 커뮤니티에서 중국 어린이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며 작은 실천으로 언어 소통의 다리를 놓았다. 그는 “이우는 온기가 있는 도시다. 나도 이 도시에 이바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교류에서 일상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문화적 융합을 넘어 서로를 지켜주는 연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 땅에서 서로 존중하고 도와가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이우는 내실 있는 실천을 통해 이방인 누구나 안심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서로 다른 문명이 매일 평범한 일상에서 서서히 스며들어 마침내 상생과 공존의 꽃을 피워내도록 돕고 있다. 


글 | 돤페이핑(段非平)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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