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9
중국은 국토가 넓고 쌀의 종류도 다양하며 조리법 역시 천차만별이다. 이번 호에서는 계속해서 대표적인 쌀 조리법과 각 지역을 대표하는 쌀 요리를 소개한다.

구이저우(貴州) 첸둥난(黔東南) 먀오(苗)족·둥(侗)족 자치주에서 먀오족 주민이 찹쌀을 찧어 츠바(糍粑)를 만들고 있다. 사진/VCG
미펀
쌀은 밥이나 죽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들면 다양한 요리와 디저트(點心)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것이 미펀(米粉, 쌀국수를 만들 수 있는 면)이다. 미펀을 만들려면 우선 쌀을 물에 불린 뒤 곱게 갈아 쌀뜨물인 미장(米漿)을 만들고, 이것을 천 주머니에 넣어 수분을 짜낸 다음 반죽을 꺼내 두드려 탄력을 더한 뒤 찜통에 넣어 찐다. 그다음 솥에 넣어 반쯤 익을 정도로 증기로 쪄낸 뒤, 구멍이 뚫린 틀에 넣어 가느다란 면의 형태로 뽑아낸다. 이를 다시 한번 쪄서 익힌 뒤 바람에 말리면 사람들이 즐겨 먹는 미펀이 완성된다.
미펀 제조 기술은 청(淸)나라 때 푸젠(福建)에서 타이완(臺灣)으로 전해졌다. 타이완 신주(新竹)는 바람이 많이 불어 재료 건조에 적합해 미펀이 특히 유명하다. 신주에는 ‘미펀푸(米粉埔)’라는 곳이 있다. 구불구불 흐르는 커야시(客雅溪)의 하안단구 자갈 지대는 평평하고 비교적 건조해 현지 상인들이 만든 미펀을 대나무 발에 펼쳐 이곳에서 말린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강변을 따라 미펀을 널어 말리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대추와 견과류를 듬뿍 넣은 바바오판(八寶飯) 사진/VCG
미펀은 원래 멥쌀로 만들었다. 하지만 순수 쌀만 사용할 때 쉽게 들러붙어 품질 관리가 어렵다. 그 때문에 꾸준한 개량을 거쳐 옥수수 전분을 첨가하자 이는 품질을 안정시켜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까지 더해줬다.
미펀은 볶음으로도 국물 요리로도 즐겨 먹는다. 볶은 미펀 즉, 볶은 쌀국수 요리에는 주로 채 썬 양배추와 고기, 셀러리 등이 들어가고 여기에 육수를 더하면 그 감칠맛이 면발에 깊이 배어들어 풍미가 깊어진다.
윈난(雲南) 미셴(米線)은 타이완 미펀과 달리 면발이 굵고 볶아 먹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채소와 얇게 저민 고기 및 생선 등 약 10가지의 고명이 먼저 손님상에 오르고, 이어서 닭기름이 살짝 뜬 뜨거운 육수와 미셴이 함께 차려진다. 육수가 식기 전에 고명을 먼저 넣고 면을 말아 먹는데 이를 가리켜 ‘궈챠오미셴(過橋米線)’이라고 한다.
달콤한 ‘미타이무(米苔目)’는 여름철 타이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쌀 디저트다. 멥쌀가루와 감자 전분을 섞어 뜨거운 물로 반죽하고 다시 찬물을 넣어 손으로 치댈 수 있을 정도로 농도를 맞춘다. 그런 다음 구멍이 뚫린 판 같은 절단 도구로 반죽을 눌러서 면을 뽑은 뒤 찬물에 넣어 모양을 굳힌다. 완성된 면을 건져 시럽을 끼얹으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찹쌀을 입힌 고기 완자 사진/VCG
이밖에 미펀폔(米粉片), 허펀(河粉), 궈탸오(粿條) 등은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고 배합 방식만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다. 보통 멥쌀가루에 옥수수 전분이나 올방개 가루를 더하고 기름 약간과 밀가루를 섞는다. 조리할 때는 먼저 큰 솥에 물을 끓인 뒤 직사각형의 납작한 용기를 넣고 표면에 기름을 바른 다음 미리 만들어 놓은 반죽 물을 부어 쪄내면 완성된다.
광둥(廣東) 순더(順德)의 천춘펀(陳村粉)은 이들과 비슷하지만, 제조 방식이 훨씬 까다롭다. 사용하는 쌀은 반드시 반년 이상 숙성해 수분을 빼고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쪄냈을 때 탄력이 더 좋아진다. 또한 반드시 맷돌로 갈아야 한다. 천춘펀은 일반적인 허펀보다 두께는 3분의 1가량 얇지만, 식감은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도 허펀처럼 쫄깃하다. 다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생산량이 많지 않다.
열일곱 살, 미국 유학 시절의 일이다. 친구가 세 들어 살던 집에 당시 한성(漢聲)출판사에서 나온 <중국 미식(中國米食)>이라는 책을 들고 찾아간 적이 있다. 펀을 만들어 먹고 싶었던 우리는 집주인이 공용으로 쓰라고 둔 믹서기에 쌀을 넣고 갈았는데 믹서기가 망가져 버렸다. 그 뒤로는 겁이 나서 다시 시도하지 못했다.
가오궈
미장으로 만드는 각종 가오궈(糕粿, 떡류)는 중국인의 지혜를 잘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다. 나는 늘 생각한다. 누가 이렇게 영리해서 절구를 발명하고 ‘찧다’라는 뜻의 ‘충(舂)’ 자를 만들어냈을까? 그들의 발명으로 물을 부어 가며 가는 수이모(水磨)와 미리 물에 담갔다가 가는 스모(濕磨), 마른 상태로 가는 건모(乾磨) 기술이 발전했고, 미장과 궈펀(粿粉), 수이모펀(水磨粉), 차오펀(潮粉), 성펀(生粉)과 수펀(熟粉) 등이 생겨났다.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오늘날 중국만의 가오궈 문화가 형성됐다. 그 종류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 중국 각지에는 무떡과 계화떡, 닝보(寧波)식 떡, 돼지기름떡 등 다양한 떡이 있다. 지역마다 이름과 재료는 조금씩 달라도 기본적인 형태는 대체로 비슷하다.

구이저우성 첸둥난 먀오족·둥족 자치주에서 먀오족 여성이 갓 만든 츠바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VCG
타이완에서는 떡을 ‘궈(粿)’라고 한다. 홍탕(紅糖, 흑설탕)과 백설탕, 팥을 넣은 것도 있고 붉은 샬럿(양파 종류)과 말린 작은 새우를 넣은 짭짤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궈도 있다. 춘절(春節, 중국 음력설)에 등장하는 홍구이궈(紅龜粿)와 차오쯔궈(草籽粿)는 조상과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음식이다. 간식류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완궈(碗粿)가 있다.
완궈는 멥쌀 미장으로 만든 음식이다. 미장에 돼지기름으로 볶은 무말랭이와 채 썬 고기, 표고버섯, 작은 새우 몇 마리를 넣고 함께 쪄서 소박한 그릇에 담아낸다. 이는 서민적인 궈의 느낌과 잘 어우러진다.
과거에는 차오쯔궈를 수취궈(鼠麴粿)라고 불렀다. 채 썬 무말랭이와 다진 고기를 약간 섞어서 소를 만든다. 옛날에는 청명절(淸明節) 제사 음식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참살이 식품으로 자리 잡아 길거리나 관광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구이궈의 소는 달콤한 팥앙금이나 땅콩 앙금, 검은깨 앙금을 넣기도 하고 짭짤하면서 새콤달콤한 맛으로 만들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절임 채소에 다진 마늘과 간장, 설탕을 약간 넣고 볶아 만든다. 붉은색은 경사를 뜻하고 거북은 장수를 상징하며 떡 표면에도 상서로운 글자를 새겨 신에게 복을 기원했다.

타이완의 전통 간식 러우위안(肉圓) 사진/VCG
나는 타이완의 달콤한 톈궈(甜粿)를 제일 좋아한다.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약 7대 1 비율로 섞어 미장을 만든 뒤 용안(桂圓, 계원) 과육과 삶은 팥을 넣어 함께 찐다. 옛 시골집 부엌에서는 큰 찜통을 사용했다. 찜통, 네 귀퉁이에 속이 빈 대나무를 세워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도록 하고, 한 통을 쪄내는 데만 꼬박 서너 시간이 걸렸다. 다 익은 떡은 하루 정도 식혀야만 했다. 어느 정도 굳어 단단한 상태에서 칼로 썰어야 예쁘고 먹기 좋은 형태가 나오기 때문이다. 먹는 법도 가지각색이다. 중국 다른 지역에서는 달걀물을 입혀 부쳐 먹었고, 타이완 사람은 그대로 기름에 지지거나 달걀물을 섞은 반죽옷을 입혀 튀겨 먹었다. 또는 다진 고수를 넣은 달걀물을 묻혀 지지기도 했다. 어떻게 조리하든 정성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절묘한 맛을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가오쯔(糕仔)류는 곱게 간 건식 쌀가루를 약불에서 볶아 익힌 뒤 설탕과 돼지기름을 섞고, 체에 한 번 내린 다음 여러 가지 재료를 더해 틀에 넣어 쪄낸 다양한 떡을 말한다.
파가오(發糕) 역시 멥쌀 미장을 사용해 만든다. 미장에 박력분과 발효용 가루를 적절히 배합하는데, 비율을 정확히 맞춰야만 쪄냈을 때 가운데가 예쁘게 갈라지며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모양이 나온다. 농촌에서는 파가오가 제대로 부풀지 않으면 새해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홍콩의 광둥(廣東)식 무떡은 살짝 노릇하게 구운 겉면 속에 매우 가늘게 썬 재료와 무, 멥쌀이 어우러져 섬세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반면 단단한 식감의 닝보식 떡은 강하게 치대 조직이 치밀하다. 먹을 때는 얇게 썰어 설리홍(雪裏蕻, 절인 갓)과 채 썬 고기를 넣고 함께 볶거나 국물 요리로 만들어 먹으면 그 궁합이 환상적이다. 예전에는 노인의 생일상에 장수를 기원하는 복숭아와 국수 외에도 닝보식 떡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놓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는 ‘자손 대대로 번창한다(五世其昌)’라는 부귀와 번영의 상징이었다. 계화 돼지기름떡은 쑤저우(蘇州) 지역의 떡이다. 장미와 대추 앙금, 참깨 등 화려한 풍미와 고급스러운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공식 주제가를 불러 중국인에게도 친숙한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