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0

농민들이 갓 수확한 수밀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타오리제 제공
난후이(南匯) 수밀도(水蜜桃, 물복숭아)는 많은 상하이(上海) 사람에게 ‘가장 맛있는 복숭아’로 손꼽힌다. 매년 여름이면 상하이시 신창(新場)진에 펼쳐진 넓은 복숭아 과수원에는 둥글고 탐스러운 열매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다. 연노랑색 바탕에 붉은 기가 감도는 껍질과 달콤하고 풍부한 과즙이 이곳 복숭아의 특징이다. 달콤한 복숭아가 익어가는 이 과수원은 의료 종사자였던 타오리제(陶莉潔, 37) 씨가 ‘신농인(新農人, 현대 농업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공간이기도 하다.
농촌으로 돌아갈 결심
400년이 넘는 재배 역사를 지닌 난후이 수밀도는 2005년 국가급 원산지 지리적 표시(GI) 보호 농산물로 지정됐으며, 상하이시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영예를 얻은 농산물 브랜드이기도 하다. 타오 씨의 도영도업(桃詠桃業) 전문합작사는 난후이 수밀도의 주요 산지인 상하이시 푸둥신(浦東新)구 신창진 탄둥(坦東)촌에 자리 잡고 있으며, 복숭아 과수원 규모는 33만 ㎡에 이른다.
타오 씨가 처음부터 고향으로 돌아와 복숭아 농사를 지을 계획을 했던 건 아니다. “나는 1988년에 태어났고, 부모님은 상하이 교외에서 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민이었다. 어린 시절 기억 속 부모님은 자전거를 타고 시내까지 복숭아를 팔러 가시곤 했는데, 길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싣고 가던 복숭아와 함께 도랑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부모의 고된 농사일을 지켜보며 자란 그는 2010년 중의학 계열의 대학을 졸업한 후, 도시에 남기로 결정했고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취업했다.
“2005년에 어머니가 ‘도영도업 전문합작사’를 설립했고, 2012년에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규모가 계속 확대되면서 합작사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시대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젊은 인력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타오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2021년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향촌 인재 진흥 가속화에 관한 의견(關於加快推進鄉村人才振興的意見)>을 발표했다. 같은 해 농업농촌부는 중국 최초의 전국 농업·농촌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계획인 <14차 5개년 농업·농촌 인재 육성 발전 규획(“十四五”農業農村人才隊伍建設發展規劃)>을 수립했다. 이는 향촌 진흥에 필요한 인재 기반과 동력을 마련하고, 다양한 분야의 도시 인재들이 농촌으로 유입돼 일하고 창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농업과 농촌을 위한 국가 정책이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서 고향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타오 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복숭아 재배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의 귀향 이야기는 14차 5개년 규획 기간 다양한 인재들의 농촌 진출을 장려해 온 국가 정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년간 여러 부처의 정책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향촌 진흥을 이끌 인재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청년 대학생과 도시의 화이트칼라 등 점점 더 많은 인재가 고향으로 돌아오거나 농촌에 들어와 창업에 나서면서 새로운 업태와 모델, 그리고 다양한 사업 형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관련 부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귀향·농촌 유입 인력 창업자 수는 1200만 명을 넘어섰다. 기술과 혁신을 가지고 농촌에 들어온 이러한 ‘신농인’과 ‘농창객(農創客, 농업 분야 청년 창업자)’들은 꿈과 열정을 품고 농촌 발전에 새로운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원슈(韓文秀) 중공중앙농촌업무영도소조(領導小組) 판공실 주임의 설명이다.

산시(山西)성 윈청(運城)시 완룽(萬榮)현의 한 식품 가공 기업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라이브 방송으로 마화(麻花, 밀가루 반죽을 꼬아 튀긴 과자)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VCG
향촌 산업 진흥에 힘을 싣다
수확에서 선별, 출하까지. 매년 7월 복숭아가 익는 시기가 되면 타오 씨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기온이 비교적 낮다. 이 시간에는 복숭아의 내부 온도도 높지 않아 보관에 더 유리하다. 숙련된 수확 작업자들이 과수원 사이를 오가며 나무마다 익은 복숭아가 있는지 하나하나 살핀다. 때로는 외지 주문 물량을 맞추려고 일부러 단단한 복숭아를 따기도 한다. 이렇게 수확한 복숭아는 조심스럽게 선별해 상자에 담아 출하되는데, 이 가운데 일부 잘 익은 복숭아는 당일 상하이 시민들의 식탁에 오르고, 오래 보관 가능한 단단한 복숭아는 콜드체인 항공 물류를 통해 중국 각지로 배송된다.
타오 씨가 운영하는 라이브커머스팀은 총 6명으로, 라이브 방송 판매와 온라인 주문 접수, 포장·배송 등 전 과정을 맡고 있다. 타오 씨는 “지금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난후이의 제철 과일을 전국 각지로 보낼 수 있다. 부모님 세대가 젊은 시절에 직접 물건을 싣고 다니며 판매하던 고생에 비하면 지금은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판로가 넓어졌을 뿐 아니라 효율도 크게 높아졌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현재 도용도업 전문합작사는 여러 합작사와 함께 연합 협동조합을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 복숭아 시즌에는 하루 평균 주문량이 2000~3000건에 달하며 최소 2만 개 이상의 복숭아가 판매된다. 이 밖에도 신창진에는 우수 농산물 시범 기지 세 곳이 조성돼 있으며, 난후이 수밀도를 중심으로 수박과 멜론, 취관배(翠冠梨, 선명한 녹색 껍질이 특징인 조생종 배), 포도 등 고품질 농산물을 함께 재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합작사는 ‘회사+농가+기지’ 방식의 생산·판매 모델을 통해 760여 가구의 과수 농가가 공동 생산과 공동 판매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재배의 체계화와 판매의 규모화를 실현했으며, 1무(畝, 666.7m²)당 평균 수익도 과거 최고 8000위안(168만 원) 수준에서 현재 2만 위안까지 크게 늘어났다.
산업 진흥은 향촌 진흥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14차 5개년 규획 기간 우리는 각 지역이 특화 산업 클러스터 210곳, 현대 농업 산업단지 250곳을 조성하고, 1098개의 농업 산업 강진(強鎮)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사과촌(村), 목이버섯향(鄉), 곤달비진(鎮) 등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문 마을을 다수 육성했다.” 한쥔(韓俊) 농업농촌부 부장은 14차 5개년 규획 기간 농업·농촌 발전 성과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농인’들의 활약 덕분에 오늘날 농촌 특색 산업의 진흥은 난후이 수밀도를 넘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장(浙江)성 안지(安吉)현에서는 농촌 창업가들이 라이브커머스와 스마트 농업과 같은 새로운 모델을 활용해 지역 특산물인 백차(白茶)와 대나무 제품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산둥(山東)성 서우광(壽光)시에서는 ‘채소 인재’ 양성 체계를 통해 수천 명의 채소 재배 기술 전문가를 배출하며 ‘중국 채소의 고장’이라는 산업적 위상을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신농인’에서 ‘농촌 진흥의 주역’으로
15차 5개년 규획은 “향촌의 전면적 진흥을 착실히 추진하고, 다양한 인재가 농촌으로 유입되어 향촌 진흥에 기여하고 창업과 취업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치전(朱啓臻) 중국농업대학 농민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는 ‘신농인’ 인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의미라며, 15차 5개년 규획 기간 ‘신농인’의 역할을 적극 발휘해 농촌이 단순한 삶의 터전을 넘어, 마음껏 도전하고 창업할 수 있는 무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농업농촌부는 귀향 창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함께 <귀향·농촌 유입 인력의 창업 촉진에 관한 의견(關于進壹步推動返鄉入鄉創業工作的意見)>, <귀향·농촌 유입 인력 창업의 고품질발전 추진에 관한 의견(關于推動返鄉入鄉創業高質量發展的意見)> 등의 문건을 발표했다. 해당 문건에는 처음 창업해 1년 이상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한 농촌 창업 선도자에게 규정에 따라 일회성 창업 보조금을 지급하고, 창업 보증 대출 이자 지원 등 재정 보조·토지 이용·신용 대출·교육 훈련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5차 5개년 규획 기간 국가가 다양한 유형의 귀향 창업 인재를 지원하는 구체적 조치를 추가로 마련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지원 정책에 힘입어 타오 씨는 더 먼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개인적 구상은 향촌 진흥의 새로운 흐름과 점차 맞물려 가고 있다.
2024년 중국의 관광농업 매출은 약 9000억 위안에 달했다. 15차 5개년 규획은 향촌의 전면적 진흥을 추진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현(縣) 단위 경제를 발전시키는 한편, 농업의 다양한 기능을 발굴하고 농촌 1·2·3차 산업의 심층 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촌 특화 산업을 육성·확대하고 농가와의 연계 메커니즘을 개선해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 증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농업·문화·관광 융합 산업에 진출하려는 타오 씨의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타오 씨는 “복숭아만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과수원은 폐쇄적인 생산 기지에 불과하다”며 “현재 우리는 ‘도용(桃詠) 농원’을 조성하고 있다. 기존 약 33만 ㎡ 규모의 우수 농산물 시범 기지를 기반으로 기지의 배치를 재설계하고, 농업·문화·관광을 융합하여 체험 프로그램 홍보, 수확과 가공, 관련 상품 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농업 산업 체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농원을 찾아 농촌 카페를 즐기고, 향토 음식을 맛보고,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길 기대하고 있다.
15차 5개년 규획의 출발점에 선 지금, ‘신농인’들은 현장에서 직접 혁신을 시험하며 현대 농업의 외연을 넓히고, 농촌 산업 발전과 농민 소득 증대에 자신의 지혜와 땀을 보태고 있다.
글 | 천커(陳珂)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