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
편집자 주
중국의 고속철도는 네티즌들에게 ‘현대 중국의 4대 발명 중 하나’로 친근하게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고속철도에 대한 많은 독자들의 깊은 관심과 뜨거운 성원에 부응하고자 본지는 올해 특별히 <고속철도 A to Z> 코너를 신설해 고속철도 분야의 전문 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고속철도를 자주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한 가지 디테일한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한 뒤, 자동차처럼 방향을 틀거나 과거의 재래식 기관차처럼 복잡한 장치를 이용해 앞뒤를 바꾸는 일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대신 기관사는 운전실에서 나와 객차를 따라 반대편 끝까지 걸어가고, 몇 분 후 열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출발한다. 언뜻 보면 단순히 운전석 위치만 바꾸는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이는 사실 동력 분산식 열차(EMU)의 독특한 설계 방식이 만들어낸 편의성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구조의 대칭성
고속열차가 이토록 손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동력 분산식 열차의 대칭형 설계에 있다. 이러한 열차는 선두차와 후미차의 구조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열차의 양 끝 칸에 모두 운전실이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둘 다 열차를 견인하고 운행을 제어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즉, 열차의 양단이 모두 ‘선두’가 될 수 있어, 열차는 별도의 회전 없이도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하면 기관사는 먼저 기존 운전실의 장비 전원을 차단한다. 이어 객실을 가로질러 반대편 끝에 있는 운전실로 이동해 제어 시스템을 다시 가동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기존의 후미는 새로운 선두가 되고, 열차의 주행 방향 또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열차 자체가 물리적으로 이동하거나 회전할 필요가 없이 전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며, 대개 몇 분 이내에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열차의 안전한 운행을 보장하기 위해 양쪽 운전실 모두 제어 기능을 갖추고 있더라도 실제 운행 중에는 동시에 단 하나의 운전실만 활성화된다. 기관사가 반대편에서 시스템 점검과 장비 가동을 완료하면 열차는 곧바로 새로운 방향으로 운행할 수 있다.
좌석 회전
열차의 운행 방향이 바뀌면 객차 내 좌석 방향도 그에 맞춰 틀어야 한다. 대부분 고속열차의 좌석은 회전형으로 설계돼 있고 좌석 하단에 장착된 장치를 통해 180도 돌릴 수 있다.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차례대로 좌석 방향을 조정하며, 이로써 모든 좌석이 새로운 운행 방향을 향하게 된다.
이러한 설계는 승객이 주행 방향에 맞춰 정방향으로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역방향으로 오래 앉아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불편을 해소해 줄 뿐만 아니라 많은 승객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더불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온전히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편집/푸자오난(付兆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