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1
따끈한 더우장(豆漿, 두유), 고소한 사오빙(燒餅, 화덕 빵), 갓 튀겨낸 유탸오(油條). 이는 중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아침 식사이자 그들의 삶과 문화 속에 정겹게 녹아있는 풍경 일부다. 달걀을 끼워 넣은 사오빙, 단빙(蛋餅, 계란빵), 미장(米漿, 미음), 더우장, 달콤 짭조름한 주먹밥, 수빙(酥餅, 페이스트리류) 등 세대를 거치며 중국인과 함께해 온 이 아침 메뉴는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자리에서 맞아주는 오랜 친구와 같다.

눈과 입이 즐거운 중국식 아침 식사
타이완(臺灣)에는 ‘융허더우장(永和豆漿)’이라는 유명한 식당이 있다. 1960년대부터 유명해진 이 식당은 타이베이(臺北)와 융허(永和)현 사이를 잇는 융허 중정교(中正橋) 근처에 있다. 뛰어난 입지로 이른 아침 식사부터 늦은 밤 야식까지 온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도 가끔 야식을 먹으러 타이베이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 야식을 먹으러 가곤 했다. 가게 앞 좁은 골목 입구에는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실내 역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늘 만석이었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융허더우장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해 타이베이시 곳곳에 지점을 열었고 타이완 전역으로도 확산했다. 1990년대부터는 상하이(上海)에도 진출해 중국 대륙에서 ‘융허더우장’ 열풍을 일으켰다.
장사는 늘 활기를 띠지만, 노포인 융허더우장은 여전히 단순한 주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가게 입구에서 주인에게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주인이 안쪽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주문을 전달한다. 그러면 불과 몇 분 만에 갓 만든 따끈따끈한 사오빙과 유탸오, 더우장이 테이블에 올라온다. 주문서 한 장 적지 않고도 달걀을 넣을지 말지 사오빙과 유탸오를 반으로 자를지, 더우장을 달게 할지 짭짤하게 할지 아니면 뜨겁게 할지 미지근하게 할지까지 모든 주문 요구 사항이 정확하게 반영돼 있고, 서비스 응대 또한 세심하고 친절하다.

피단서우러우죽 사진/VCG
나 역시 집 근처 즈산옌(芝山巖)에 있는 더우장 가게에서 아침을 자주 먹었다. 가게 주인과 여성 직원 세 명은 모두 한 가족이다. 네 사람은 매일 새벽부터 콩을 갈고 반죽을 밀며 분주하게 아침을 연다. 가게는 매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어느 날 문득 그 잘되는 비결을 넌지시 물었다. “특별한 방법 같은 건 없다. 그저 요령 피우지 않고 반죽을 밀고, 면을 치고, 콩은 남들보다 아낌없이 듬뿍 넣는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아끼지 않는 것, 그뿐이다”라고 말했다. 네 사람은 손발을 척척 맞추며 빈틈없이 호흡을 맞췄다.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면서도 그들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사오빙과 유탸오는 결국 같은 밀가루 반죽에서 태어났지만, 입안에 넣는 순간 전혀 다른 맛과 식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바삭한 사오빙을 한입 베어 물면 마치 하루의 씹기 행사를 알리는 경쾌한 테이프 커팅식 같았다. 사오빙에 붙어 있는 작은 참깨는 유독 고소해서 식탁에 떨어지는 것조차 못내 아까워 결국 손가락 끝으로 콕콕 찍어 알뜰하게 주워 먹곤 했다. 중국에는 “사오빙을 먹는데 어떻게 참깨가 안 떨어지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들려준 참깨에 관한 일화는 더 흥미진진하다. 예전 더우장 아침 식당에서는 가끔 식탁을 탁탁 치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누군가 화를 내는 줄 알 것이다. 그러나 당시 식당 탁자가 나무판을 짜맞춘 구조라 참깨가 그 나무판 틈새로 떨어지면 손으로는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 고소한 참깨 한 알도 포기할 수 없던 사람들은 탁자를 힘껏 두어 번 쳐서 깨알을 틈에서 튀어나오게 했다. 탁자를 내리치던 그 투박한 몸짓이야말로, 참깨가 얼마나 치명적으로 고소하고 유혹적인 맛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묘사가 아닐까.

우한(武漢) 길거리의 한 아침 식사 노점에서 시민들이 아침 식 사진/VCG
아침 식사 가게에서 파는 사오빙자단(燒餅夾蛋)은 바삭한 사오빙과 그사이에 끼워 넣은 부드러운 달걀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의 식감을 선사한다. 또 다른 별미인 주먹밥은 달콤한 맛의 경우 유탸오에 설탕을 버무린 것이 있고, 짭짤한 맛은 고기를 보푸라기처럼 만든 러우쑹(肉鬆)과 잘게 썬 무절임, 그리고 역시 유탸오를 넣어 만든다. 단빙은 비교적 근래에 생긴 메뉴인데, 반죽에 옥수수 전분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 뒤 여기에 달걀을 함께 부쳐 돌돌 말아서 먹기 좋게 썬 다음 간장 등 양념을 살짝 뿌려 먹는다.
죽과 만터우(饅頭)도 중국인에게 익숙한 아침 식사다. 식탁에 매콤한 무절임과 장아찌, 소금에 절인 오리알, 러우쑹, 삭힌 두부, 땅콩, 몐진(面筋), 매콤한 죽순 등 그리고 전날 남은 밑반찬까지 소담한 접시에 한가득 차려져 무척이나 풍성하고 정겹다. 여기에 달걀프라이 하나만 얹으면 금상첨화다.

상하이 훠산(霍山)루에 있는 아원더우장(阿文豆漿) 가게 안, 솥에서 기름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가운데 주인 부부가 능숙한 손길로 유탸오를 튀겨내고 있다. 사진/VCG
사실 달걀프라이는 간단한 요리지만 의외로 제대로 부치기가 쉽지 않다. 노른자가 중간에 터지거나 퍽퍽하게 너무 익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완벽한 달걀프라이를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팬에 기름을 조금만 두르고 달걀을 깨 넣은 뒤 곧바로 약불로 줄인다. 달걀 가장자리에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면 뒤집어 약 80% 정도 익었을 때 접시에 담아낸다. 팬에 남아 있는 기름에 간장을 부어 연기가 살짝 올라오면 바로 불을 끈다. 이렇게 데운 간장을 달걀 위에 끼얹으면 심심하고 평범했던 달걀프라이가 간장의 풍미를 머금어 맛이 한층 살아난다.

갓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오쯔(包子) 사진/VCG

갓 구워낸 참깨 사오빙 사진/VCG
조금 더 정성을 들여 뭉근하게 끓여낸 죽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홍콩식 아침 식사로 유명한 피단(皮蛋, 삭힌 오리알)과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넣은 피단서우러우(皮蛋瘦肉)죽, 팅짜이(艇仔)죽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작은 찜통에 담긴 사오마이(燒賣)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아침 식사가 완성된다. 타이완 남부의 짠 죽도 매우 푸짐하다. 생쌀에 생선 뼈와 돼지 뼈를 넣고 깊이 고아 낸 육수로 죽을 쑤어낸 뒤 노릇하게 구워낸 생선을 결대로 찢어 고명으로 올린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바삭하게 볶은 파, 다진 셀러리, 잘게 썬 부추꽃을 솔솔 뿌리면 완성된다. 한 입 머금는 순간, 진한 바다의 풍미와 감칠맛이 입안 가득 물밀듯 밀려온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