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6

‘한국에서는 부모님을 장자제(張家界, 장가계)로 효도관광을 보내 드리지 않으면 불효’라는 말이 있다.
8월 말 중국 후난(湖南)성의 유명 관광명소인 장자제에서 만난 가이드 리(李) 씨는 “매년 장자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 필자가 찾은 8월 말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자제 곳곳에서는 한국어로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한국 국기를 흔들며 사진을 찍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리 씨는 “지금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비수기라 그나마 적은 편”이라며 “특히 눈 쌓인 설경을 볼 수 있는 겨울과 봄에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라고 귀띔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만큼 장자제 현지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 조선(朝鮮)족 가이드가 많다. 거리 곳곳에 한국 음식을 팔고, 또 한국어로 메뉴판을 표기한 가게도 있었다. 공항, 기차역, 도로에도 한국어 안내 표지판이 있어 중국어를 잘 모르더라도 여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장자제 현지인들도 한국인 관광객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곳에서 만난 한 가게 주인은 “한국인들은 예의가 바르고, 나이가 들어서도 세련되게 잘 꾸밀 줄 안다”라며 “특히 화장실에 대한 청결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 ‘아바타(Avatar)’ 촬영지로 유명한 장자제의 지형은 사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들쭉날쭉한 봉우리, 카르스트 석회암 지형의 기암괴석, 등산을 워낙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동양 산수화 그대로의 절경이 펼쳐지는 장자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필자가 장자제를 방문한 날에는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다. 장자제 필수 관광코스인 천문(天門)산에서 하산하던 중 온몸이 비에 흠뻑 젖어서 괜히 짜증도 났다. 하지만 이윽고 폭우가 멈추고 무지개가 피어난 천문산에 운무가 감도는 모습은 그야말로 선경(仙境)이 따로 없었다. 그동안엔 사실 왜 한국인들이 장자제를 좋아하는지 궁금했는데, 저절로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장자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 대륙 땅은 워낙 넓어 가보고 싶은 관광명소가 수두룩하다. 최근 한국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상하이(上海)만 해도 필자는 몇 번이고 가봤다. 상하이의 매력은 갈 때마다 새롭다는 것. 상하이의 글로벌한 국제도시 면모에 감탄하고, 상하이 와이탄(外灘)의 동양과 서양이 뒤섞인 독특한 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비롯한 관광명소를 둘러보며 한중간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를 되새겨보고, 세계 각국의 미식을 맛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윈난(雲南) 리장(麗江)의 후탸오샤(虎跳峽, 호도협) 트래킹, 천혜 절경을 자랑하는 광시(廣西) 구이린(桂林)의 산수풍경 감상, ‘훠궈(火鍋)의 본고장’ 충칭(重慶)에서 맵고 얼얼한 마라맛 체험까지… 중국에는 한국인들이 분명 좋아할 만한 관광지들이 정말 많다.
2025~2026년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한중 양국은 상호 비자 규제도 완화하는 등 양국 간 문화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번 기회에 더 많은 한국인들이 직접 중국에 와서 더 많이 보고 듣고 느끼면서 이웃 국가 중국에 대한 이해도, 우호도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글|배인선(한국), 한국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