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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짚어본 중국 AI의 현재와 미래


2026-07-22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소장


한여름 상하이(上海)를 뒤덮은 폭염도 인공지능(AI)을 향한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체감온도가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는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몰리며, 전시장은 행사 기간 내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올해 WAIC 전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축구장 14개 크기에 해당하는 10만 ㎡ 면적의 전시장엔 1100여 개 기업이 참가했고, 3000여 점의 AI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리처드 서튼(Richard Sutton)을 비롯한 튜링상 수상자 9명이 기조 발표에 나서면서 산업적·학술적 의미도 더 커졌다. 사모펀드(PE)·벤처캐피털(VC) 등 투자업계의 관심은 유독 남달랐다. 업계에서는 WAIC를 보지 않으면 첨단 기술의 흐름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퍼질 정도였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주요 고객들을 위해 회사마다 각종 인맥을 총동원했다는 뒷이야기가 나올 만큼 WAIC를 향한 업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WAIC를 직접 참관해 온 외국인의 시각에서, 올해 가장 눈에 띈 변화는 AI 업계의 경쟁 포인트가 현장 적용 능력, 상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 토큰 단가 절감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이는 AI 산업이 방만한 양적 성장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인 상업화·산업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문샷 AI(Moonshot AI)는 WAIC 개막 하루 전 오픈웨이트(Open-weight, 가중치 공개형) 거대언어모델(LLM) 키미(Kimi) K3를 공개했다. 키미 K3는 약 3조(兆) 개에 달하는 매개변수를 탑재한 모델로, 글로벌 AI 평가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종합 성능 지표인 AAII(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에서 클로드 페이블5(Claude Fable 5)와 GPT-5.6 Sol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프런트엔드 코드(Frontend Code) 능력 평가에서는 세계 1위에 올랐다.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API 서비스 요금은 100만 토큰(Token, AI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입력 시 3달러, 출력 시 15달러로,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AI 서비스 이용 비용을 크게 낮췄다. 실제로 유럽·미국 모델에서 중국 모델로 전환한 해외 기업들의 경우 추론 비용은 30~95% 감소했지만, 성능 차이는 1~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거대언어모델의 획기적 발전이 중국 AI의 '소프트웨어적 돌파구' 역할을 한다면, 전시장 곳곳에서 등장한 슈퍼노드(SuperNode)는 중국 AI 연산 인프라의 '하드웨어적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올해 WAIC에서는 처음으로 수백 개의 반도체 기업을 한데 모은 1만 ㎡ 규모의 '칩·연산 융합관'이 별도로 마련됐다. 이 전시관은 수천 개의 칩들을 효율적으로 연동하고 일체화시켜 조율하는 클러스터 스케줄링 기술을 설명하는 곳이었고, 슈퍼노드는 이러한 기술 논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모델은 화웨이(華爲)의 어센드(Ascend) 950 슈퍼노드다. 어센드 950은 2025년 공개돼 충격을 주었던 어센드 384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그 규모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NPU 가속 카드 1024장을 탑재한 어센드 950은 16개의 연산 캐비닛과 4개의 무중단 버스 연결 캐비닛을 하나로 통합해 일체화된 연산 클러스터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1000 개의 칩을 마치 하나의 슈퍼컴퓨터처럼 효율적으로 연동한다. FP4 정밀도 기준 총 연산력은 2 EFLOPS에 달하며, 여기에 256TB 고대역폭 메모리를 탑재해 거대언어모델 학습, 추론 및 다중 에이전트 동시 처리 지연 시간을 3마이크로초(μs:백만 분의 1초) 수준까지 낮췄다.


핵심은 단순히 NPU 개수와 연산력만 늘린 것이 아니라, 계산 결과를 운반하는 길(메모리 대역폭)을 고대역으로 크게 넓혀서, 고성능  지연 시간을 최소화해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게 설계한 데 있다.


내부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작년엔 내부 아키텍처 설계상 한 캐비닛에 NPU 칩 32장을 탑재했지만, 신형은 64장으로 두 배 늘었다. 또한 두 종류의 전용 칩을 분업 구조로 설계했다. 950 PR 칩은 프리필(Prefill) 업무에 최적화돼 텍스트 의미 분석과 논리 추론 연산에 강점을 보이고, 950 DT 칩은 작업 스케줄링과 일괄 처리에 특화돼 토큰 출력 속도를 높인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다중 지능 에이전트를 병렬로 운용하는 환경에 적합하다.


아키텍처도 달라졌다. CPU와 NPU 캐비닛을 완전히 분리하고, 업계에서 통용되는 1:2 비율 대신 1:4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이는 NPU에 병렬 연산과 외부 도구 호출 기능을 탑재해 CPU 부하를 크게 줄이고 NPU 핵심 연산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다.


변화는 화웨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의 주요 GPU 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슈퍼노드를 일제히 공개하면서, 중국산 AI 칩 산업이 개별 기술 돌파 단계를 넘어 생태계 차원의 성숙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작년에는 화웨이라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돋보였다면, 올해는 여러 나무가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루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2026년은 '중국산 슈퍼노드 원년'으로 중국산 연산 클러스터는 이미 대규모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생태계가 빠르게 호환되고 심층 융합되고 있다는 점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올해 WAIC에서 자주 등장한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Day 0 호환'이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산 거대언어모델은 거의 엔비디아 칩에 의존해 가동됐고 중국산 연산 칩은 예비용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딥시크(Deepseek) V4, 즈푸(智譜) GLM-5.2, 미니맥스 M3 등 주류 중국산 거대언어모델이 출시 당일 모든 종류의 중국산 연산 플랫폼과 호환을 완료하며, 화웨이 어센드, Meta X, 모어스레드, 쿤룬칩 등 8대 중국산 연산 생태계와 매끄럽게 연결된다. 이는 중국 AI가 해외 연산 인프라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WAIC의 또 다른 화두는 연산 클러스터와 일반인 체험 공간을 결합한 토큰 팩토리였다. 칭화(華)대학 컴퓨터공학과 출신들이 NPU/AI 칩에 최적화된 추론 엔진을 만들겠다며 3년 전 설립한 칭청지즈(程極智)는 자체 개발한 츠투(馳圖) 추론 엔진을 선보이며 중국산 칩 간 호환성 문제를 해결했다.


과거에는 완전판 Deepseek 모델을 구동하려면 중국산 8카드 서버를 최소 4대 운영해야 했지만, 자체 추론 엔진으로 최적화한 이후에는 단일 서버만으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동일한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서버 수를 크게 줄이면서 하드웨어 비용은 물론 토큰 생산 단가까지 낮춘 것이다.


이는 모델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토큰 소모량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연산 하드웨어로 고가의 엔비디아 장비를 대체함으로써 알고리즘, 연산 인프라, 운영·유지보수 전 단계의 AI 서비스 비용을 절감하는 중국 AI 산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WAIC가 열린 3일 동안, 전시장을 둘러보다 지쳐 중간중간 세미나에 들어가 보면 중국 AI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더욱 선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2025년 초만 해도 업계에서는 중국 AI가 해외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자체 생태계 구축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중국 AI는 해외 기술을 따라가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혁신하고 생태계를 선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쟁의 논리도 평가 서류상 매개변수 수나 단일 칩 성능을 비교하던 데에서 벗어나, 현장 적용 가치, 가격 경쟁력, 클러스터 협업 능력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중국 AI는 압도적 가격 경쟁력과 자체 생태계, 빠른 현장 적용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AI 업계가 안고 있는 높은 비용과 적용의 어려움이라는 취약점을 정면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번 2026 WAIC 현장에서는 중국의 AI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닐지 몰라도, AI를 산업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고 수익으로 연결하는 ‘산업화’ 측면에서는 중국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글|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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