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최근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주각(주인공)>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넘어, 사라져가는 전통 예술과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시다. 이 드라마는 진강(秦腔, 중국 서북 지역 중심의 전통 희곡)이라는 전통극을 배경으로 한다. 명배우 이친어(憶秦娥)가 양치기 소녀에서 부엌데기 시절을 거쳐, 극단 내에서 숱한 시련을 딛고 마침내 무대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이친어의 인생 궤적을 중심으로 거우춘중(苟存忠), 후싼위안(胡三元), 화차이샹(花彩香) 등 여러 세대에 걸친 진강 예술인들의 굴곡진 삶을 촘촘히 엮어낸다. 동시에 전통 희곡의 계승과 발전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40여 년간 중국 사회가 겪어온 시대적 변천을 생생하게 투영해 낸다.
<주각>은 요즘 유행하는 ‘인생 역전 사이다 드라마’와 달리 억지스러운 성공 신화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끊임없이 부서지고, 다시 스스로를 재건해 나가는 한 평범한 여성의 자아 성장 과정을 그려낸다. 어린 시절 말수 적던 이칭어(易靑娥, 이친어로 개명하기 전 이름)는 고기 한 점을 얻어먹기 위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고, 등 떠밀려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온 힘을 다해 짜낸 목소리로 운명의 방향을 틀었다. 가난과 차별, 이별과 고독이 늘 따라다녔지만, 그가 처음부터 원대한 꿈을 품고 이 길에 들어선 것도 아니었으며 명예나 이익을 좇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삶에 휩쓸리고 스승과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한 걸음 한 걸음씩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을 뿐이다.
주각의 또 다른 매력은 카메라의 시선을 무대 위 스타에게만 고정하지 않고 희곡계를 묵묵히 떠받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주목했다는 데 있다. 후싼위안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실패는 받아들여도 운명에는 굴복하지 않으며, 아무리 고달파도 연극만은 놓지 않겠다’라는 신념을 지켜낸 인물이다. 화차이샹은 명배우의 영광을 뒤로한 채 거리에서 량피(凉皮)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과 품위를 잃지 않았다. 오랜 세월 이친어와 경쟁해 온 추자허(楚嘉禾) 역시 먼 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꽃피울 새로운 무대를 찾아낸다.
그중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인물은 바로 원로 예술가 거우춘중이다. 한때 서북 지역을 뒤흔든 명단(名旦, 유명한 여성 배역 배우)이었던 그는 기꺼이 무대 뒤로 물러나 소지승(掃地僧, 숨은 고수)처럼 조용히 극단을 지키며 평생 갈고닦은 기예를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한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불 뿜기’ 공연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삶의 마지막 숨결까지 예술에 대한 경의로 승화시켰다. 이는 한 예술가의 퇴장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한 희곡인들의 정신을 응축한 장면이다.
<주각>은 진강이라는 오랜 전통 예술의 틀을 빌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평범한 이들이 지닌 삶의 힘을 전통문화의 혈맥 속에 녹여냈다. 무대 한가운데서 화려하게 빛나는 명배우든, 구석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일반인이든 모두 자신의 생을 통해 열정과 책임, 인내와 성장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결국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짜 인생의 주인공은 영원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아니다. 시대의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바로 그 사람이다.
글ㅣ추빙제(邱冰潔) 난카이(南開)대학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