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요양원에서 실버케어 로봇이 도입되고, 웨어러블 외골격 기기가 노인들의 보행을 돕는가 하면 스마트 기기는 노인들의 곁을 지키는 밀착형 집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수년간 과학기술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방식으로 노년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며, 삶의 질을 높이고 어르신들이 평온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시 시후(西湖)구 사회복지센터에서 지능형 돌봄 로봇 ‘샤오시’가 한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실버케어 로봇, ‘도구’에서 ‘가족’으로
“샤오시(小悉), 오늘 날씨는 어떠니?”
“왕(王) 할아버지, 오늘은 날씨가 맑고 대기질도 좋아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다만 자외선 지수가 높으니 외출하실 때는 꼭 모자를 쓰세요.”
왕 할아버지(83)와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은 ‘샤오시’라는 지능형 돌봄 로봇이다. 세심한 반려 서비스와 건강관리 기능을 두루 갖춘 샤오시는 항저우(杭州) 첸위허(千予和) 스마트 실버케어 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특별 직원’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의 샤오시는 일상적인 안부 확인부터 소소한 수다까지 못 하는 게 없다. 특유의 위트와 친근함으로 어르신의 삶에 색다른 즐거움과 온기를 더해준다. 말벗 역할뿐만 아니라 건강 측정 기능도 갖추고 있어 어르신의 혈압, 혈중 산소 농도, 심박수 등 여러 신체 지표를 측정하고 전용 건강 기록부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 데이터는 자녀의 스마트폰으로 즉시 전송돼 멀리서도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다. 왕 할아버지의 딸은 “예전에는 아버지께 전화로 몸 상태를 여쭤보면 ‘늘 괜찮다’라고만 하셔서 실제로 어떤지 알 길이 없었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건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훨씬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왕이추(王義秋) 항저우 첸위허 스마트 노인돌봄 센터 총경리는 “이 돌봄 로봇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가족과 담당의에게 연락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센터는 삼갑(三甲) 병원(중국 최고 등급 병원)과 긴급 이송·진료를 위한 패스트 트랙 체계를 구축해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기술의 따스한 온기를 더해 ‘안심하고 의지할 데가 있는 노후’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샤오시는 항저우 여러 지역사회 내 노인복지센터와 일부 노년층 가정에 보급돼 시범 운용 중이다. 기술팀은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 기능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최근 추가된 ‘복약 반복 알림’ 기능도 한 사용자 가족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한 결과다. 노인이 정해진 시간에 로봇 앞에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로봇이 15분 간격으로 알림을 울린다. 이렇게 세 번 연속 알림을 해도 복용하지 않을 경우, 보호자나 요양보호사에게 자동으로 연락이 간다. 노인이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함으로써 복약 안전을 빈틈없이 챙기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 외골격 로봇이 요양·재활센터에 도입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보행 재활 훈련을 돕고 있다.
외골격 로봇, 보행을 더욱 가볍게
‘에이징 테크(Aging-Tech, 고령 친화 기술)’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테마 공간인 ‘항저우 실버라이프 체험센터’가 지난해 10월 정식 개관한 뒤 수천 명의 시니어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전시품은 직접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이 스마트 기기를 가져다줄 삶의 변화를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자오(趙) 할머니(74)는 퇴행성 무릎관절 질환으로 다리에 힘을 주기 어려웠다. 특히 계단을 오르는 일은 그야말로 큰 고역에 가까웠다. 자오 할머니가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무게 1.8kg의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가벼운 지지대처럼 양다리 바깥쪽에 밀착된 기기는 다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딱 필요한 만큼의 힘을 보태줬다. 자오 할머니는 “예전에는 계단을 오를 때 다리가 시큰거리고 뻐근했는데 그 느낌이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다리를 들어주는 것처럼 전혀 힘들지 않다”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제품 담당자인 왕팅팅(王廷廷) 씨는 “이 외골격 로봇은 고관절 센서가 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정교하게 감지해 다리를 올리고 걸음을 내딛는 순간에 맞춰 세밀하게 보조 동력을 더해준다”라며, “지지해 주는 힘의 강도 역시 미세하게 조율돼 있어 덜컹거리거나 힘이 모자라는 일 없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스마트 보행 보조기기에 대한 노년층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외골격 로봇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외골격 로봇 시장 규모는 42억 위안(약 8800억 원)에 달했고, 특히 의료 재활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26년에도 시장 성장률은 2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하이얼(海爾) 등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실버 시장에 진출해 노년층을 위한 외골격 전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6월 열린 상하이(上海) 국제 양로·보조기기 및 재활 의료 박람회에서는 가벼운 몸체와 편안한 착용감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 B2C(소비자용) 외골격 제품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외골격 로봇은 주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급됐기 때문에 제품 한 대의 가격이 10만 위안대에서 많게는 수십만 위안대를 호가해, 일반 가정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기술 고도화와 산업 생태계의 발전에 힘입어 현재는 가격의 문턱이 7000위안~2만 위안대로 낮아져, 일반 가정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왕 씨는 “앞으로 외골격 로봇의 가격은 더욱 낮아져 더 많은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의 집: 기술의 온기가 만드는 스마트한 노후
지난해 10월 열린 베이징(北京) 국제고령산업박람회에서는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가 선보인 ‘커뮤니티 실버케어 모델하우스’가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미래형 주거 공간’은 노인의 삶 속 섬세한 부분까지 고려해 재설계됐다. 거실 한구석에는 바둑·장기 로봇이 자리 잡고 있다. 어르신이 아무리 신중하게 수를 놓아도 군말 없이 자리를 지키는 훌륭한 말벗이다. 거울 뒤에 숨겨진 건강 모니터링 장비도 인상적이다. 세수하려고 거울 앞에 서기만 하면 심박수와 혈압, 산소 포화도 등 건강 수치가 스크린 위에 자동으로 표시된다. 청력이 약해진 어르신을 위한 AR 안경은 소리를 자막으로 변환해 눈앞에 띄워준다. TV 소리를 무작정 키우지 않아도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다.
여가와 건강관리, 시청각 보조 기능뿐 아니라 모델하우스에 구현된 스마트 낙상 예방 시스템도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노인이 실수로 넘어지거나 장시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스마트 감지 장치가 즉시 음향 및 시각 경보를 울리고 가족이나 요양보호사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보낸다. 독거노인과 고령 노인의 가정 내 안전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인 셈이다.
현장 관계자는 “이곳은 단순히 기계들을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려로 가득한 미래의 집”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사용법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기술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진정한 기술이란, 그 존재를 굳이 의식하지 않게 일상에 스며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머물던 모델하우스는 불과 반년 만에 노인들의 실제 생활권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돌봄 로봇이 주축이 된 노인 복지 거점 센터인 룽화(榮華)가도 스마트 실버케어 로봇 스테이션(이하 스테이션)이 베이징에서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총면적 1100m2 규모의 공간에는 24개 기업이 개발한 40여 종의 스마트 로봇이 배치돼 있다. 방문객 안내부터 요리와 배식, 뜸 치료와 마사지, 재활 훈련, 바둑 대국, 다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스마트 노인돌봄은 더 이상 전시용 개념에 머물지 않고 노인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로 구현됐다.
이 스테이션은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가 추진하는 ‘체화 지능(具身智能, Embodied Intelligence) 사회 실험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적용 사례 중 하나다. ‘사회 실험’이란 실제 노인돌봄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실사용 데이터와 이용자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제품을 개선하는 작업을 말한다. 장원둥(張文東) 스테이션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을 꾸준히 개선해, 노년층의 사용 습관에 더욱 잘 맞는 제품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룽화가도 스마트 실버케어 로봇 스테이션에서 다도, 바둑 대국, 카드놀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이 어르신에게 과학기술이 더해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스마트 노인돌봄의 오늘과 내일
최근 중국의 실버케어 로봇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품이 아우르는 범위를 보면, 시장은 일상생활 돌봄과 건강 모니터링, 정서적 교감, 이동-이송 지원, 재활 보조 등 다섯 가지 분야로 확장했다. 노인의 일상적인 돌봄 수요를 거의 전방위적으로 포괄하는 셈이다. 2026년 시장 규모는 1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실버케어 로봇이 정교하고 복잡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로봇이 노인의 목욕을 돕기 위해서는 사람의 자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물의 온도와 수압을 조절하며, 노인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안전까지 확보해야 한다. 시 한 수를 읊는 일이나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난도다. 비교적 높은 가격 역시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일반 가정이 돌봄 로봇을 구매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기업, 연구 기관이 힘을 모으고 있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2025년 중국 공업정보화부·민정부가 공동으로 <스마트 노인돌봄 서비스 로봇 매칭형 기술 개발 및 현장 적용 시범 프로젝트 목록>을 발표했다. 정서적 교감과 재활 지원, 생활 돌봄, 보행 보조 등 10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사용 문턱을 낮추기 위한 가격 안정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제품 가격도 안정적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임대와 RaaS(구독형 로봇 서비스) 등 새로운 이용 방식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저우(廣州)와 상하이에서 시범 운영 중인 외골격 로봇 임대 서비스는 월 이용료가 약 800위안에 불과해, 가계의 초기 구매 부담을 대폭 덜어줬다.
기술이 진정으로 인간의 필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로봇은 더 이상 ‘차가운 장치’에 머물지 않고 ‘따뜻한 동반자’가 된다. 실버케어 로봇을 직접 사용해 본 한 노인은 “이 로봇은 나를 귀찮아하지도 않고, 내가 천천히 말한다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언제 말을 걸어도 늘 내 곁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언제나 곁에 있다’라는 든든한 믿음이야말로 기술이 인생의 황혼을 맞은 시니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일지 모른다.
글 | 돤페이핑(段非平) 에디터
사진 | V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