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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 이야기

십이지


2026-04-01      

중국에는 본명년을 맞은 사람들이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붉은색 장신구를 착용하는 풍습이 있다. 사진/VCG


중국에서는 연도를 계산할 때 ‘천간지지(天干地支)’뿐만 아니라 ‘수력(獸曆)’이라고도 불리는 ‘십이지(十二生肖)’도 함께 사용한다. 천간지지에 비해 십이지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워 오늘날까지도 나이를 계산하거나 한 해의 길흉을 점치는 데 자주 활용된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참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중국 역사에서 십이지를 완전한 형태로 기록한 가장 이른 문헌은 동한(東漢) 시대 왕충(王充)이 저술한 <논형(論衡)>이다. 이 책에는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의 순서가 분명하게 적혀 있다.


많은 사람이 십이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쥐는 첫 번째 순서임에 반해 행동이 민첩하고 사람과도 친숙한 고양이는 왜 순위에 들지 못했는지 궁금해한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어느 해 생일을 맞은 옥황상제가 모든 동물에게 음력 정월 초아흐레까지 와서 축하 인사를 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열두 동물을 뽑아 하늘로 향하는 길의 수문장으로 삼고 해마다 돌아가며 그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다. 당시 아직 절친한 사이였던 고양이와 쥐는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정월 초아흐레가 되자 평소 고양이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하던 쥐는 일부러 고양이를 깨우지 않고 혼자 길을 떠났다.




동한 시대 왕충이 <논형>에서 십이지의 배경을 최초로 언급하며, 독자들에게 십이지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다.


쥐는 온갖 난관을 통과했지만 마지막에 강을 맞닥뜨렸다. 헤엄을 칠 수 없었던 쥐는 강을 건너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우직한 소가 다가오자, 영리한 쥐는 소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했고 함께 강을 건넜다. 하지만 강을 건너자마자 쥐는 잽싸게 뛰어내려 가장 먼저 뭍에 올라 1등을 차지했다. 억울하게 1등을 놓친 소는 결국 2등에 머물렀다. 이어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도 차례로 도착했다. 뒤늦게 쥐에게 한 수 당한 사실을 알고 달려온 고양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월 초열흘이었고 옥황상제의 생일은 지나버린 뒤였다. 화가 난 고양이는 그때부터 쥐와 원수지간이 됐다고 한다.


이처럼 재미있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오래된 전설 외에도, 십이지의 기원에 십이지의 순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설명에 따르면, 십이지는 동물의 활동 시간과 생활 습성에 따라 배열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쥐는 보통 밤 11시부터 새벽 1시(옛 12시진의 자시·子時)에 활동하고, 소는 새벽 1시부터 3시(축시·丑時)에 농사일을 시작한다는 식이다.


용의 해는 중국 전통문화에서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예로부터 용은 상서로움, 위엄, 존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중국의 십이지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런 이유로 중국인은 용띠 해에 태어난 아이를 특히 선호한다. 사진은 2012년 용의 해에 태어난 아기들이다. 사진/VCG


십이지는 중국뿐 아니라,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다만 각국 문화의 변천에 따라, 나라별 십이지에도 조금씩 차이가 생겼다. 예를 들어 태국의 십이지 중 용은 중국의 전통적인 용이 아니라 메콩강 바닥에 살면서 강과 강수를 관장해 메콩강의 수호신이라고 불리는 ‘나가(Naga)’를 의미한다. 또한 일본에서 말하는 ‘돼지’는 가축이 아닌 멧돼지를 가리킨다.


십이지 동물의 특성은 사람의 성격에도 반영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소띠는 대체로 부지런하고 성실하지만 고집이 셀 수 있고, 뱀띠는 비교적 융통성이 있지만 때로는 약삭빠르게 보일 수 있다고도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용의 해에 아이가 태어나기를 특히 기대했는데 중국인의 관념에서 용은 상서로움과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행복한 결혼 생활과 빠른 자녀 출산을 기원하며 결혼식 당일 용띠 남자아이를 침대 위에서 구르게 하는 풍습도 일부 지역에 남아 있다.


십이지의 한 해 운세는 중국 음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다. 매년 초, 새로운 음력 달력이 나오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띠별 운세를 펼쳐 자신의 새해 운세를 빠르게 살핀다. 만약 그해가 본명년(本命年)이면 집안 어른들은 사원을 방문해 ‘안태세(安太歲, 태세에게 제사를 올려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를 지내며 액운을 푼다.


(隋)나라 ‘사신 십이지 문양 동경(四神十二生肖紋銅鏡)’의 거울 면에는 원형 구도로 십이지를 비롯한 동물 문양이 새겨져 있다. 사진/VCG


본명년이란 해당 연도의 지지(地支)가 자신의 출생 연도와 같은 해를 말한다. 사람들은 본명년이 되면 운세의 기복이 커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며 지역마다 다양한 풍습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붉은 허리띠’나 ‘붉은 팔찌’를 착용해 액을 막거나, 자기 띠에 해당하는 장신구를 몸에 지니기도 한다. 타이완(臺灣)과 홍콩에서는 사원에 가서 ‘안태세’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대체 태세(太歲)가 무엇이기에 중국인의 삶에 이렇게 뿌리 깊은 풍습으로 자리 잡게 됐을까?


액운을 막고자 정월에 태세신을 집으로 맞이할 붙이는 부적인 '태세부'

충태세란 자신이 태어난 해의 띠가 그해 태세의 성위(星位)와 서로 충돌하는 관계에 놓이는 것을 말한다.


태세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어떤 이는 태세가 하늘의 ‘목성’을 가리키며, 12년마다 태양을 한 바퀴 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설에서는 태세를 ‘태세성군(太歲星君)’이라 불리는 민간 신앙의 신이라고 본다. 태세신은 모두 60명이 있으며 매년 한 명씩 돌아가며 인간 세상의 모든 일을 관장한다고 한다. 60갑자가 한 주기를 이루며 태세 신앙은 한(漢)나라 때부터 이미 민간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렇다면 ‘범태세(犯太歲)’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출생 연도 지지가 그해 태세신의 지지와 같으면 ‘범태세’라고 하며, 둘이 서로 충돌하는 관계에 있으면 ‘충태세(衝太歲)’라고 한다. 범태세나 충태세에 해당하면 그해에는 일이 순탄치 않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비록 하늘의 뜻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고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지혜와 신념으로 재앙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태세신을 거스르거나 태세신과 충돌하는 기운을 누그러뜨려 평안을 얻고자 민간에서는 ‘안태세’라는 풍습이 생겨났다. 과거 안태세 신도들은 연초에 붉은색 또는 노란색 종이에 ‘본년 태세성군 신위(本年太歲星君神位)’라고 적어 집에 붙이고, 태세신을 집으로 모셔 아침저녁으로 향을 피우고 기도했다. 연말이 되면 종이를 떼어낸 뒤 불태워 태세신을 하늘로 돌려보내는 제사를 지냈다. 이후 이러한 풍습은 점차 정형화된 의식으로 발전해 사람들은 주로 사원에 가서 도사가 경전을 낭독하고 참회를 올리는 방식으로 ‘안태세’를 지낸다. 음력 1월 15일에는 네 가지 과일과 맑은 차, 향과 초를 공양하고, 신도들은 별도로 비용을 시주해 한 해 동안 액운을 피하고 순조롭기를 기원한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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