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0
편집자 주
중국의 고속철도는 네티즌들에게 ‘현대 중국의 4대 발명 중 하나’로 친근하게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고속철도에 대한 많은 독자들의 깊은 관심과 뜨거운 성원에 부응하고자 본지는 올해 특별히 <고속철도 A to Z> 코너를 신설해 고속철도 분야의 전문 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고속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렇게 느껴봤을 것이다. 차창 밖을 바라볼 때는 열차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 같은데, 막상 바깥에서 달리는 열차를 바라보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도대체 왜 그럴까?
시각의 속임수, ‘착시’
인간이 물체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방식은 실제 이동 속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우리의 속도 인식은 핵심 물리량인 ‘각속도(angular velocity)’ 즉, 관찰자의 시선 방향을 기준으로 물체가 얼마나 빠르게 각도를 변화시키는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빠르게 달리는 고속철 안에서 차창 밖을 바라보면, 우리 시야에 가까운 풍경과 먼 풍경이 동시에 들어온다. 고속철도 선로는 주로 고가교 위에 설치되기 때문에 차창 밖 시야가 탁 트여 있고 멀리 보이는 산줄기나 건물들이 시야의 중심을 차지하며 풍경의 주인공이 된다. 이처럼 관찰자로부터 아주 먼 거리에 있는 풍경은, 열차가 실제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시선 각도의 변화가 극히 미미하다. 그 결과 눈에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열차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신체 감각의 ‘둔화’
착시 현상뿐 아니라 이런 ‘느린 속도의 착각’을 더 강화하는 것은 신체 감각이다. 고속철의 운행 특성은 가히 극도의 안정감이라 할 만하다. 우선, 가속이 매우 완만하다. 푸싱호(復興號)를 예로 들면, 정지 상태에서 최고 시속 350km에 도달하기까지 약 7분이 걸린다. 이처럼 부드럽고 점진적인 속도 상승은 인체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내이(內耳) 전정계가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임계치를 훨씬 밑돌기 때문에 승객은 자동차 급가속 시 강하게 ‘등이 밀리는’ 느낌을 거의 체감하지 못한다. 다음으로, 주행 중 흔들림이 거의 없다. 고속철도에는 무도상 궤도(無道床軌道, 침목과 선로만으로 이루어진 궤도)와 이음매 없는 장대레일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철도에서 발생하던 레일 이음매 충격을 제거하고, 정교한 충격 흡수 설계를 통해 객실 내 진동과 소음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낮췄다. 그래서 승객은 객실 안을 걸어 다니거나 테이블 위에 물컵을 올려놓아도 마치 평지에 있는 것처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정적인 공간 환경은 우리 몸이 속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기준을 흐리게 만든다.
기술적 ‘조력’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특수 설계된 차창이다. 고속철도에는 일반 유리가 아니라 소위 ‘감속 유리’라고 불리는 특수 창이 사용된다. 물론 물리적인 속도를 실제로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 유리는 두 겹의 강화유리 사이에 PVB 접합 필름을 끼워 넣은 복합 구조로 제작됐다. 광학적 성능이 뛰어나 빛의 왜곡이 거의 없어 바깥 풍경의 형태와 움직임을 비교적 그대로 전달해 시야가 매우 선명하다. 다만, 빛이 유리를 균일하게 굴절하며 통과하는 과정에서 맨눈으로는 풍경이 실제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편집/푸자오난(付兆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