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6

올해 4월 5일은 중국 청명절(淸明節)이다. 이때가 되면 중국인들은 성묘하고 제사를 지내며 조상의 넋을 기린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등 첨단 기술이 청명절 풍경을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의 빛바랜 사진을 생생하게 움직이고 말하는 영상으로 바꾸는 이른바 ‘디지털 부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옛 사진과 짧은 음성 녹음만으로도 생전과 비슷한 모습을 구현해 추억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전자상거래 검색창에 ‘AI 부활(復活)’을 입력하면 단 몇십 위안으로도 고인을 영상 속에서 되살려 준다는 업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무인 운반 로봇과 드론의 보급도 청명절 성묘 문화를 바꾸고 있다. 높은 산지에 있는 조상 묘에 제사 음식을 나르기 위해 로봇개나 드론을 활용하는 모습도 이제 점차 대중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파른 산길이 힘든 어르신을 위한 외골격 ‘로봇 다리’, 스마트 등산 스틱, 보행 보조 로봇도 등장했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대리 성묘, 원격 성묘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 인력이 제사와 성묘를 대신 진행하고, 가족들은 이를 화상으로 지켜보는 방식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 확산 우려 속에서 등장해 하나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QR코드를 스캔해 온라인 추모관에서 성묘하는 ‘QR코드 성묘’도 같은 흐름이다. 효의 본질은 유지하되, 그 방식은 점점 간편하고 유연하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를 넘어,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묘지를 직접 찾아 성묘하고 제사상을 차리는 게 청명절 풍습의 중심이었다면, 이제 일부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 추모관에 글을 남기거나, AI로 복원된 고인의 영상과 대화를 나누는 등의 ‘디지털 추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도시화와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사회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정착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물리적으로 성묘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고, 이에 따라 ‘효’의 방식도 점차 유연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청명절은 ‘답청(踏靑)절’이라고도 부른다. 답청, 들판을 밟으며 봄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3월 말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베이징(北京)에도 곳곳에 개나리와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벚꽃 축제로 잘 알려진 위위안탄(玉淵潭, 옥연담) 공원을 찾아, 가볍게 봄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