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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 이야기

미식(米食)


2026-04-16      


중국인 대부분은 당(唐)나라 시인 이신(李紳)의 시 <민농(憫農)>을 외울 수 있다. “한낮 뙤약볕 아래 밭김을 매니, 구슬땀이 방울방울 벼 포기 아래 흙으로 떨어지네(鋤禾日當午 汗滴禾下土). 그 누가 알리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알알이 모두 땀의 대가라는 것을(誰知盤中餐 粒粒皆辛苦).” 선생님께선 우리에게 시를 외우게 할 때, 음식을 소중히 여기고 낭비하면 안 된다고 늘 당부하셨다. 어떤 부모는 좀 더 완곡하고 재치 있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밥을 남기면 장래에 얼굴이 얽은 배우자를 맞게 된다고 타이르기도 했다. 나도 한때 이 방식을 쓴 적이 있다.


내 세 아이는 어릴 때 밥을 먹는 속도가 매우 느렸기에 저녁 시간은 내게 전쟁과도 다름없었다. 특히 막내는 자주 밥을 입에 물고 큰 눈을 멍하니 뜬 채 넋을 놓기 일쑤였다. 밥 반 공기를 비우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첫째와 둘째가 간신히 밥을 다 먹고 식탁을 떠나고 나면, 나는 또 치우랴 씻으랴 달래랴 혼내랴 정신없이 보낸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즈음이면 또 소매를 걷어붙이고 막내와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막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샤오위안, 밥은 꼭 다 먹어야 해. 밥그릇에 있는 음식 남기면 안 돼, 안 그러면 나중에 얼굴 얽은 여자한테 장가간다!” 훈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떠한 얼굴인지 직접 그려 보여주기까지 했다. 막내는 그림을 보고 난 뒤 내 얼굴의 주근깨를 빤히 쳐다봤다. 아마 아빠가 어렸을 때 밥을 다 안 먹어서 주근깨투성이인 엄마에게 장가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장(浙江)성 둥양(東陽)시의 전통 홍국주 양조장에서 양조 장인이 햇볕에 말린 홍국을 뒤집으며 고르게 잘 마르도록 살피고 있다. 사진/VCG

 

밥그릇에 음식을 남겨서는 안 되고, 음식을 낭비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 여긴 중국 부모들이 한결같이 공감하고 몸소 실천해 온 것이다. 어릴 때 나는 위(虞) 할머니라는 분을 알고 지냈는데,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는 항상 음식을 오래 씹고 천천히 드셨다. 식사를 마친 뒤 밥그릇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밥그릇 안에 붙은 쌀알을 휘저은 다음 그 물을 남김없이 후루룩 마셨다. 그렇게 해야 다음 생에 먹을 음식이 생긴다고 할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쌀 한 톨마저 아끼는 할머니의 마음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도 음식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면, 위 할머니가 밥그릇을 들고 천천히 물을 마시던 장면이 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광활한 중국의 영토 각지에 다양한 품종의 쌀이 재배되며, 품종마다 색깔, 외형, 식감에서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다. 사진/저자 제공


쌀은 중국인의 주식 중 하나다. 성(省)마다 사람들은 고향 쌀에 대해 저마다 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자라면서 하루 세 끼 모두 쌀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해외에 나가서야 비로소 쌀에 대한 내 애착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닫곤 했다. 며칠만 외국에 있어도 가장 그리운 것은 걸쭉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내 속을 달래주는 흰죽이다.


쌀은 밥으로 지어 일상의 주식으로 먹는 것 외에도 주먹밥, 죽통밥, 쭝쯔(粽子)로 만들 수 있고, 볶거나 끊이거나 발효시키는 등 다양한 조리 방식으로 죽, 누룽지, 주양(酒釀, 찹쌀을 발효시켜 만든 단술) 등으로 만들 수도 있다. 쌀을 빻아 쌀가루로 묽은 쌀죽(米漿)이나 얇게 펴서 말린 널찍한 형태의 쌀피 및 면류(粉片)등으로 가공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떡류나 전통 디저트류, 탕위안(湯圓)과 같은 찹쌀 단자류 등도 만들 수 있다. 납작한 전병(餅), 조각(塊), 말이(卷) 등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해서 정말 눈과 입이 즐겁다.


저장성 후저우(湖州)시의 초등학생들이 농촌으로 찾아가 논에서 벼 수확 체험 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VCG


쌀 가공품은 지역마다 명칭도 형태도 제각각이다. 떡과 쭝쯔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타이완(臺灣)에는 완궈(碗粿), 러우위안(肉圓) 등 독특한 음식이 있다. 쑤저우(蘇州)에는 정교한 촨뎬(船點, 배 위에서 먹는 정교한 모양의 디저트)이 있다. 장시(江西), 윈난(雲南) 사람들은 미씨엔(米線, 쌀국수)을 즐겨 먹는다. 둥베이(東北) 사람들은 좁쌀죽(小米稀飯)을 가장 좋아한다. 허펀(河粉)은 링난(嶺南)의 특색 음식이다. 광둥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쌀로 만든 음식은 사궈저우(砂鍋粥), 바오짜이판(煲仔飯), 펀궈(粉果), 창펀(腸粉), 다과(茶果) 등을 꼽을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모든 음식은 선조들의 정교한 생활 예술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료와 이를 가공한 사진/VCG

훙사오뉴러우미펀(紅燒牛肉米粉)


쌀로는 홍국(紅麴), 주국(酒麴)도 만들 수 있다. 홍국은 쌀을 붉은 곰팡이(홍국균)로 발효시켜 만든 누룩을 말한다. 중국에는 명(明)나라부터 홍국 의료 효능에 대한 기록이 전해진다. “홍국으로 술을 빚으면, 어혈을 풀고 약기운을 잘 돌게 한다.” 이는 홍국이 일종의 건강식품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리므로 재배 과정에서 자칫하면 번식이 빠른 다른 잡균에 의해 오염되기 쉽다.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은 홍국의 배양에 대해 ‘대자연의 묘한 이치를 엿보는 것’이라 찬미했으니, 이에 필요한 공력(功力)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주국(술누룩)은 주약(酒藥), 주모(酒母)라고도 불리며, 찹쌀을 발효시켜 만든다. 좋은 주국은 낱알 하나하나의 무게가 고르게 맞아야 한다. 만들 때는 반죽을 쥐는 힘을 적절히 조절해 곡물가루를 천천히 둥글게 빚어야 한다. 쌀로 만든 술, 즉 미주(米酒)는 쌀을 원료로 균종을 첨가해 발효해 술덧(酒膠, 술지게미가 섞인 원액)을 만든 다음 증류를 통해 알코올 농도를 높여 완성한다. 알코올 도수는 대략 20%~35% 사이다.


어렸을 때, 주방에서 나에게 맡겨진 일은 없었지만, 쌀을 씻거나 밥을 짓는 것은 도울 수 있었다. 엄마는 내게 쌀을 씻을 때 동작을 빨리하라고 가르쳐 주셨다. 쌀이 수분을 머금기 전에 씻어야 영양분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씻은 쌀은 물에 잠시 담가두었다가, 한두 시간 뒤에 밥을 짓는다. 쌀뜨물은 남겨 두었다가 여러 용도로 활용했는데, 돼지고기를 삶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밥을 지을 때는 손바닥을 쌀 위에 평평하게 얹어 손등이 잠길 만큼 밥물을 맞춘다. 그 시절엔 전기밥솥이 없어서 우리 집은 뚝배기를 불에 올려 밥을 지었다. 처음에 불은 세게 하되 너무 거세서는 안 됐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물기가 거의 날아갈 무렵 불을 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열기로 자연스럽게 뜸을 들인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솥 안에 밥이 남아 있으면, 남은 밥을 프라이팬에 얇게 깔고 약불로 천천히 밥을 눌어붙게 굽는다. 어떤 때는 바삭바삭한 소리까지 터져 나와 온 집안이 구수한 누룽지 냄새로 가득 찬다. 다음 날 아침 그것을 다시 끓여 누룽지 죽으로 만들어 반찬이나 남은 음식과 곁들여 먹었다. 그것이 바로 20세기 옛 주방이 가진 매력이었다. 지금도 나는 그 쌀이 눌어붙으며 나는 고소한 향이 못내 그리울 때가 있고 누룽지 죽의 구수한 냄새도 아직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모두 잘 알듯이, 막 이삭이 패어 아직 여물지 않은 벼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지만, 충분히 여물어 무거워진 벼는 고개를 숙인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태도와도 닮았다. 영리한 쌀은 우리의 음식 문화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떻게 처신하고 자신을 가다듬어야 하는지도 함께 전해준다.



<전가> 소개  

타이완(臺灣) 작가 야오런샹이 7년 만에 탈고한 역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이뤄져 있다. 각 권마다 6개의 주제로 나뉘며, 유려한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중국인들의 계절별 생활 방식과 전통문화를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의 ‘전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전가’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해야 할 ‘전통문화 백과사전’이자,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야오런샹(姚任祥),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 구정추(顧正秋)의 막내딸이자 국학(國學) 대가 난화이진(南懷瑾)의 제자. 16세에 데뷔한 ‘1세대 캠퍼스 민요 가수’ 중 한 명이다. 타이완의 유명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아름다운 작품을 디자인했으며, 작가로서 해외에서 유학 중인 중국 청년들이 전통문화를 잊지 않도록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 <전가>를 직접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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